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글로벌 인프라와 투자를 위한 파트너십’(PGII),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다양한 경제 구상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이에 대항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몸집 불리기 등 경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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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자급자족 경제권 제안에…이란·아르헨, 브릭스 합류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의 사이드 하티브자데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란이 브릭스에 가입을 신청했다면서 “브릭스와 이란 양측 모두에게 부가가치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아르헨티나도 이날 브릭스에 가입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이란과 아르헨티나의 브릭스 합류는 중국과 러시아가 서방의 견제에 맞설 수 있도록 브릭스를 독자적인 경제권으로 키운다는 구상을 밝힌 직후 이뤄졌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2일 브릭스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를 비판하며 자급자족 경제권을 공식 제안했다. 그는 브릭스를 발판으로 서방에 맞서기 위한 세력을 넓혀야 한다면서 독자적인 국제결제체계, 물류 인프라, 생산망 등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러, 개도국 포섭 열중…“브릭스 확장시 세계 이끌것”
과거엔 서방 선진국들의 자본과 기술력이 세계 경제를 지배했지만 이제는 중국과 러시아가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게 됐다. 인구와 자원이 풍부한 개발도상국 입장에선 중국과 러시아의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도 충분히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앞으로 더 많은 국가들이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호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0~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인도네시아는 “러시아는 매우 좋은 친구이며 좋은 관계를 쌓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서도 “매우 긴밀한 파트너”라고 했다.
아울러 지난 24일 영상으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는 이란, 아르헨티나를 포함해 알제리, 이집트,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세네갈,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피지, 말레이시아, 태국 등 13개 국가 정상이 참가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 발전을 내세워 개도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속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브릭스가 확장하면 쇠퇴하는 서방 국가들 대신 세계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패배하는 쪽은 서방 국가들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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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도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기존 협력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신흥국 지원 대책들도 속속 내놓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전날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대항마 성격의 PGII 구상을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주도로 개도국 기반시설 프로젝트에 민·관 합동으로 총 6000억달러(약 774조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지난달 말 일본 순방 당시 중국 주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항하기 위한 IPEF를 출범했고, 같은 달 중순엔 백악관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특별 정상회의를 열고 이 지역에 1억 5000만달러(약 1900억원)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바이든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은 물론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지의 신흥국들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결국 주도권 확보의 핵심은 양측 진영이 이들 지역의 신흥국들을 어떻게 포섭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진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주도로 유지돼 온 세계 질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급격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며 향후 신흥국들이 세계 질서 재편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서방 국가들 역시 신흥국들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여 서방 주도 질서로 되돌아가겠다는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