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는 디지털 치료제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내놨다고 27일 밝혔다. 디지털 치료제는 반복 훈련과 코칭·상담으로 환자 행동과 인지를 바꿔 병을 치료하는 ‘머리로 먹는 약’으로 통한다. 우울증, 알코올중독, 치매, 불면증 등 정신질환은 물론 생활습관이 중요한 당뇨, 고혈압 등에서 큰 치료 성과가 기대된다. 2017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페어 테라퓨틱스’의 중독 치료용 앱 ‘리셋’이 세계 최초 디지털 치료제다.
식약처는 가이드라인에서 디지털 치료제의 제품 범위, 정의 등 기본개념부터 판단 기준 및 제품 예시, 기술문서 작성, 첨부자료 등 허가심사 방안 등을 담았다. 우선 식약처는 디지털 치료제에 ‘디지털 치료기기’라는 공식 이름을 붙였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치료 작용기전에 대한 과학적·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질병의 예방·관리·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규정했다.
식약처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약물중독이나 우울증 등 정신·신경계 질환뿐 아니라 천식, 당뇨 등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적용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기존 신약 개발에 비해 비용이나 시간이 적게 소요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따르면 기존 신약은 개발하는 데 평균 3조원이 투입된다. 반면 디지털 치료기기는 100억∼200억원이 필요하다. 개발기간도 디지털 치료기기는 3.5∼5년인 반면 기존 신약은 15년이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기기로 허가된 사례는 없다. 하지만 세계적인 개발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회사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선 뇌손상으로 인한 시야장애 치료를 위한 가상현실(VR) 기반 디지털 치료기기를 만드는 ‘뉴냅스’가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식약처의 의료기기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아 국내 의료기관에서 임상시험 중에 있다. 회사측은 내년 상반기 신약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해외 제품 개발 도입 움직임도 있다. 삼성전자 C랩(사내 벤처 프로그램)에서 분사한 ‘웰트’는 최근 보건복지부 소속 국립정신건강센터와 손을 잡고 세계 1호 디지털 치료기기를 내놓은 미국 ‘페어’사 제품을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업계는 이르면 내년 국내 제품이든 해외 상품이든 디지털 치료기기가 국내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