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어민들 못 살겠다"..세종서 대규모 어민 집회

'어업 규제완화' 수산업법 시행령 추진에 반발
해수부, 대형 선박에 어획 규제 곧 풀어주기로
영세 어민들 "골목상권 잠식될 것..생존권 위협"
  • 등록 2017-09-15 오후 6:15:21

    수정 2017-09-15 오후 6:15:21

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와 어민 2500명이 15일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앞에서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6시간 가량 집회를 열었다. [사진=최훈길 기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해양수산부가 어업 규제를 완화하려고 하자, 영세 어민들이 생계 피해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와 어민 2500명(주최측 추산)은 15일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해수부가 대기업 선단이 무분별하게 싹쓸이 조업을 하도록 하는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생존권을 위협하는 해수부의 규정 개정을 끝까지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어민들은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이날 오후 5시께까지 약 6시간 동안 집회를 열었다.

어민들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해수부가 준비 중인 수산업법 시행령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대형 선박인 근해어업 어선의 혼획(여러 어종을 잡는 것) 금지 규제를 완화하는 게 골자다. 현재는 멸치 등을 주로 잡는 근해어업 선박이 멸치를 잡다가 다른 물고기가 그물에 걸리면 이를 풀어줘야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멸치를 잡다가 잡어가 걸리는 ‘자연 혼획’이 허용된다. 다만 혼획 어획물은 팔 수 없다. 해수부는 이달 중에 개정안을 확정해 입법예고한 뒤 연내 시행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연안어업인연합회에서는 “어린 물고기 씨를 말리는 싹쓸이 조업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근해어업은 주로 10t~300t급 대형 선박이 동·서·남해에서 어업 중이다. 연안어업은 주로 10t 미만의 소규모·생계형 어업으로 해당 지자체 관리 수역에서만 어업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육지와 가까운 곳을 연안어업, 좀 더 먼 곳을 근해어업으로 구분해 부른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연안·근해어업이 육지로부터 몇 km부터 조업이 가능한지 규정돼 있지 않다. 따라서 대형 선박인 근해어업선이 생계형 연안어업선이 있는 육지 부근에서 조업해도 불법이 아니다.

이 때문에 연안어민들은 “근해어업선이 연안까지 와서 싹쓸이 어업을 하고 있다”며 “법적으로 혼획이 금지되지만 현재도 대형선박들이 몰래 혼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규제 완화까지 해주면 결국 대형 선박들이 시장을 독차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비유하자면 정부가 대형마트(근해어업) 규제를 풀어주기 시작하면 결국 골목상권(연안어업)이 잠식될 것이라는 게 이들 영세 어민들의 입장이다.

연안어업인연합회는 “대규모 근해 선단들이 육지 가까운 곳에서 어업을 하고 있어, 생계형 연안어업인들은 지금도 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허탕을 치기 일쑤”라며 “연안어업인들을 보호하도록 연안어업과 근해어업을 분리하는 조업구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이달 말에 시행령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 해에는 혼획 금지 규제 자체를 풀려고 했지만 (생계가 열악한) 연안 어업인들 반발로 ‘자연혼획’ 금지로 완화해 대안을 찾은 것”이라며 “수산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조업 금지선을 둬 (대형 선박인) 근해 어업인들이 양보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정안 전체를 놓고 보면 근해어업인들은 손해를 봤다고 하고 연안어업인들은 이 정도로는 못 마땅하다는 입장”이라며 “연안어업인들이 힘든 것은 이해가 가지만 어업인들과 협의를 거쳐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업구역 설정은 연안어업 측과 근해어업 측이 서로 협의를 해야 할 부분이지 정부가 일방적으로 선을 그을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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