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머니 살해한 20대 남매, 2심서 “형량 무겁다, 장애 고려돼야”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설 연휴에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20대 남매가 2심 재판에서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다.

(사진=이데일리DB)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재욱)는 30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매에 대한 2심 재판을 진행했다.

남동생 A씨 측은 원심이 선고한 양형에 심신 장애가 고려돼야 한다며 정신감정을 요청했다. A씨가 중증 지적장애를 가져 평소 정신적 어려움을 겪은 상황이 존재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 측의 정신감정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A씨 측은 “지적장애 외 충동조절 장애, 우울증, 판단력 장애 등 추가적인 병력 가능성도 있다”며 감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고 A씨에 대한 감정유치가 결정됐다.

누나인 B씨 측 변호인은 “1심이 B씨를 존속살해 공범으로 적시했는데 동생의 범행을 기능적으로 지배했는지에 대해 엄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양형도 범행에 기여한 부분보다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구형량인 징역 24년보다 1심 양형이 가벼운 점을 언급하며 원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설 연휴인 지난 2월 9일 부산 남구에 있는 친할머니(당시 70대) 집을 찾아가 할머니를 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말다툼하던 중 할머니의 머리를 벽에 부딪히게 하는 등 수차례 폭행한 뒤 질식하게 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당시 사건 현장에 없었지만 공범으로 A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은 평소 A씨가 친할머니를 살해하고 싶다고 말하자 여러 살해 방법을 제시해 범행 동기를 강화하고 사고사 등으로 위장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B씨가 함께 살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판단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장애인 연금과 기초생활수급자 급여를 할머니가 관리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2월 11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