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비급여 의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된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 급증의 주범이 또 ‘비급여’로 지목됐다. 신규 비급여가 계속 등장하면서 손해율이 130%를 훌쩍 뛰어넘었다. 곪은 곳(비급여)을 도려내지 않은 채 상품 구조 개선 만으론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그래픽=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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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실손 지급액 중 규모가 가장 큰 진료과목은 정형외과(8645억원)였다. 정형외과 전체 지급액 중 비급여는 6089억원으로 70.4%를 차지했다. 이어 한방병원의 비급여액과 비중이 각각 1069억원, 66.8%로 높았다.
전년 대비 증가율이 가장 높은 진료과목은 이비인후과(20.5%)였다. 코로나19 이후 호흡기 질환이 증가한 탓이다. 이어 정형외과(15.1%), 비뇨의학과(15.1%), 소아청소년과(14.5%), 한방병원(11.0%) 등 순이었다.
비급여 지급액 상승률은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비급여 항목으로 나간 실손보험 규모(8조 126억원) 중 지급보험금 비중이 가장 높은 비급여 항목은 주사료(28.9%)였다.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 이후 호흡기질환 증가로 주사 비급여 규모가 덩달아 뛴 탓이다.
여기에 지난해 7월 신의료기술 승인을 받은 무릎 줄기세포 주사 관련 지급액도 늘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무릎 줄기세포 주사에 대한 4세대 실손보험금 청구 분쟁이 증가하자 소비자 경보 ‘주의’ 등급을 내리기도 했다. 이같이 새로운 비급여 항목이 계속해서 등장하면서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1년 만에 무려 15% 늘어난 134.0%를 기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항목에 포함되는 신의료기술이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다”며 “비급여 항목이 제어되지 않는 상황에서 할인·할증제로만 손해율을 관리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는 4세대 실손 소비자들이 보험료 조정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내달부터 4세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은 비급여 보험금을 많이 받을수록 내야 할 보험료가 많은 ‘할증’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간 4세대 실손보험료 조정을 경험해 보지 않은 일부 소비자들이 의료 쇼핑을 하면서 손해율을 끌어올렸다”며 “보험료 차등제가 실질적으로 시작되는 시점 내달 7월을 기점으로 손해율이 소폭이라도 내려앉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