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분야는 반도체 수요의 새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 Application)이 될 공산이 커졌습니다.”(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AI(인공지능) 챗봇인 ‘챗GPT’ 열풍이 점차 확산하며 AI 기술을 구현시킬 AI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다. AI 기술이 진화하기 위해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데이터를 생성·저장·처리하는 고용량·저전력을 강점으로 하는 고성능 메모리반도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에 눈길이 쏠리는 가운데 이들 기업은 선제로 고성능 메모리반도체를 내놓으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를 위해 자연어 처리 기능에서 나아가 이미지, 음성 처리 기능도 AI 챗봇이 소화할 것을 내다보며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의 융복합 연구개발 역시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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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박정호 부회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림대 도헌학술원 개원 기념 학술심포지엄에 기조연사로 참여해 AI 성장을 기반으로 반도체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AI 시대, 한국 반도체가 나아갈 길’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맡은 그는 “AI 시대가 펼쳐지면서 과거에 못 푼 난제가 해결되고, 자율주행차, 로봇,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탄생해 우리의 삶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그 변화의 중심에서 보이지 않는 혁신을 만들어 온 것은 메모리반도체”라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444억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대비 27.8% 성장한 것으로, 2026년에는 86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불황에도 불구 AI 반도체를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챗GPT에 활용되는 엔비디아의 GPU에는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최고속 D램인 ‘HBM(고대역폭 메모리)3’ 등이 탑재돼 있다. GPU는 D램에 저장된 명령을 가져와 연산하는 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AI는 대용량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만큼 HBM 탑재는 필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HBM을 활용한 ‘HBM-PIM’을 내놨다. HBM에 연산 기능까지 더해져 시스템 성능과 효율이 향상되는 점이 특징이다. AI,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 데이터센터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용량 D램 기술(CXL 기반 D램 메모리)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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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미래형 인공지능 챗봇을 염두에 두고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 융복합 형태의 AI반도체 개발을 준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AI에 특화한 AI용 반도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챗GPT의 자연어 처리 기능은 일부 기능에 불과할 것으로 향후 이미지, 음성 처리 기능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량 내 이미지 스캔기능이나 자율주행 기능을 하는 반도체 전부를 차량용 반도체라고 일컫는 것처럼 AI용 반도체 개발도 필요해질 것”이라며 “하나의 시스템온칩(SoC)에 NPU(신경망처리장치)와 GPU 등이 한데 있으니 하나의 칩으로 볼 수 있으며, AI 맞춤형 통합칩이 개발될 수 있다”고 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AI 반도체 개발은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함께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질 전망”이라며 “고용량 메모리인 HBM과 연산용 반도체인 PIM을 합치거나, GPU와 메모리 반도체를 합치는 등 메모리 용량은 커지고 시스템은 높은 수준의 연산이 가능케 하는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반도체 업계의 고질적 인력난 해결은 필수다. 김기남 회장은 “(반도체) 첨단 기술 경쟁력을 만들어내려면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인력”이라며 “아무리 지금 AI와 챗GPT가 잘한다고 해도 반도체 공정 데이터를 학습하지 않으면 전혀 쓸모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수한 인력을 통해 만들어진 최첨단 기술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며 “우수 인력이 있으면 기술혁신은 지속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정책적 지원 강화를 강조하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소위 K칩스법의 핵심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통과를 우회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반도체 중심으로 편향돼 있고 파운드리, 웨이퍼 등 다른 부분은 취약한 게 현실”이라며 적어도 경쟁국에 뒤지지 않는 정도의 지속적인 정책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