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체계가 아닌 과거 직급 체계로 보면 과장이 차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부서장으로 고속 승진한 셈이라, 승진 연한이 긴 삼성 금융계열 특성상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라는 게 내부 평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삼성의 인사 혁신이 표면에 부각된 사례라는 점에서, 올해 연말 인사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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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한 직원은 “책임이 바로 파트장이 되는 사례는 회사 다니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만약 호칭을 PD로 통일한 디지털 본부에서 이 같은 인사가 났다면 직원들도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본사 주요 부서에서 파격인사가 단행되니까 내부적으로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2012년 대리부터 부장에 이르는 4~5단계 직급체계 대신 ‘주임·선임·책임·수석’이라는 인사체계를 사용해왔다. 책임은 중간관리업무를, 수석은 총괄관리업무를 맡는다. 파트장은 수석 중 보직을 받는 개념이다. 과거 직급체계상 연차로 보면 부서장에 오르기까지 18~20년 정도가 소요돼왔다. 개인차가 있지만 직급에 따른 근무 연한을 일반적으로 ‘4-4-5-5’로 뒀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필요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인사였다는 입장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파트장 공석으로 인한 인사이기도 했고, 해당 업무에 대한 역량 평가도 적절히 이뤄졌다”며 “인사 규정상 책임에서 파트장으로 승진하는 것에 대한 문제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수시인사인 데다 1명에 대한 인사만 발표되면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라며 “삼성화재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반적으로 부서장이나 임원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40대 초반의 부서장이면서 하나의 직급 단계를 건너 띈 경우가 나오자, ‘올해 있을 연말 인사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화재는 매년 6월, 12월에 정기인사를 실시하는데 이번 수시인사가 사내 여론을 파악하기 위한 일종의 리트머스 종이였거나, 향후 인사 방향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는 것이다.
삼성화재 한 직원은 “지난해 2006년 사원이 부서장이 된 케이스가 나왔다”며 “당시에도 ‘승진 속도가 확실히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들이 있었는데, 갑자기 책임이 부서장이 된 사례가 나오면서 앞으로의 인사 기조에 대한 이정표라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발탁인사가 한달 간 회자되고 있는 것도 올해 12월에 나올 정기인사에 앞서 발표된 인사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