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국방부는 정경두 장관의 20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합동조사단을 꾸려 합참과 삼척 지역 관할 부대인 육군 23사단 및 해군 1함대사령부 등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군 작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합참 자체 검열 결과를 발표하고도 논란이 일자 국방부 차원의 조사를 또 하겠다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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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군의 해상 경계 작전 개념은 잠수함 및 고속 침투 반잠수정과 같은 해상침투 세력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적의 동향을 감시하는 것이다. 경운기 동력 수준으로 움직이는 소형 목선을 잡는 것은 군의 핵심 임무가 아니다. 파고도 높은 망망대해에서 소형 목선까지 잡아 내는건 말 그대로 모래밭에서 바늘찾기다. 그러려면 군의 경계작전 개념과 계획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해안 경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해안선은 6400여㎞에 달한다. 한 부대당 150여㎞의 책임 지역에 5개 정도의 소초를 운영한다. 적 예상 침투로에 소초를 집중 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만으로 촘촘히 감시한다는건 어불성설이다.
결국 이번 사태의 본질은 현행 작전 부대가 아닌, 초기에 상황을 보고받고도 이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청와대와 군 수뇌부의 잘못이다. 해경은 삼척항에서 북한 목선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접수한 직후 곧바로 그 내용을 청와대와 총리실, 국정원, 통일부, 합동참모본부, 해군작전사령부에 여러 번 전파했다. 이들 정보를 취합한 이른바 ‘윗선’은 이를 총괄적으로 판단하고 국민들에게 정확한 사실관계를 전달함으로써 예상 가능한 국민 불안감을 최소화했어야 했다.
靑·국방부·합참 등 ‘윗선’ 전면 조사해야
국방부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 방향 등에 대해 “큰 틀에서는 (청와대 등과) 공유를 한다”면서도 북한 어선의 삼척항 진입 등 전체적인 상황을 언론에 설명하지 않은 것은 자체 판단이었다고 했다. 국방부와 각 군이 언론에 제공하는 보도자료의 문구 하나까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협의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청와대 국정상황실 및 국가안보실, 국방부와 합참 전략커뮤니케이션(SC) 라인은 수시로 협의해 지침을 내린다는게 군 관계자들 중론이다. ‘삼척항 인근’, ‘표류’ 등의 용어 사용과 발표 내용 축소·누락 등은 윗사람들의 협의 과정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보는게 맞다는 의미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4일에도 잇딴 언론 질문에 “현재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관련 부대들과 여러 해상·해안 경계작전 실태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서 조사 중”이라며 “조사가 완료되면 적절한 시점에 발표드리겠다”고만했다. 제대로 된 조사가 되려면 해당 부대들 및 작전 라인 뿐 아니라 전략커뮤니케이션에 관여했던 합참과 국방부 고위급 인사들, 이를 국민들에게 발표한 공보 관계관 등에 대한 전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애먼 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 특히 청와대와의 협의 과정을 조사하는건 국방부 합동조사단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청와대가 자체 조사를 하고 있다는데, 이 결과 발표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