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청장 '민주화의 성지' 식제 외압 의혹…警 셀프수사 착수

경찰청, 강인철 학교장 수사 특수수사과에 의뢰
정의연대, 이철성 청장 중앙지검에 고발
강인철 "진실공방 끝내는 것은 휴대폰 공개 뿐"
  • 등록 2017-08-08 오후 2:35:03

    수정 2017-08-08 오후 2:35:2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로 표현한 광주지방경찰청의 사회관계망(SNS) 공식계정 게시물 삭제 지시 여부를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치안감·전 광주지방경찰청장)의 거취가 수사기관의 판단에 놓이게 됐다. 경찰 수뇌부 간 갈등이 수사로 이어진 것은 경찰 창설 이래 처음이다.

이철성 경찰청장. (사진=연합뉴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경찰청 감사관실은 강인철 학교장에 대한 수사를 특수수사과에 의뢰했다. 시민단체 ‘정의연대’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에서 이 청장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 청장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 18일 광주지방경찰청의 공식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에 올라온 ‘민주화 성지’ 게시글이 하루 만에 삭제된 게 발단이다. 당시 광주 지역 한 매체에서 게시물이 삭제된 직후 경찰청 본청 차원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강 전 청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한 10여일 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1차장으로 발령이 났다. 이 자리는 막 승진한 신임 치안감이 가는 자리로 당시 치안감이던 강 전 청장에게는 사실상 좌천성 인사였다.

또 3개월 뒤엔 ‘인사청탁 업무수첩’으로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박건찬 전 경찰청 경비국장이 이 자리로 오는 바람에 강 전 청장은 중앙경찰학교장 자리로 옮겨 갔다. 이후 고가 이불 구입 논란 등과 관련해 강 전 청장은 경찰청으로부터 5주간 감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약 9개월이 지나 언론을 통해 다시 의혹이 제기되자 강 전 청장은 일부 매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1월 18일 광주청이 올린 집회 안내 게시물에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주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라는 표현을 담아 화제가 되자 이 청장이 다음날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등 표현을 써 가며 크게 질책하며 삭제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강 청장은 지난해 최초 보도 때만 해도 ‘본청 차원에서 글을 내려 달라는 요청은 없었고 이를 지시한 사실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에 대해 강 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10여명이 참석한 간부회의에서 이 청장과의 통화 내용을 편하게 이야기 했던 게 의도치 않게 흘러 나가 지역 매체에서 기사화 됐다”며 “이 청장에게 이와 관련 사과 전화를 했는데 이 청장은 ‘못 봤다’며 다음에 통화하자고 해 그렇게 끝난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불이익을 우려해 해당 매체에서 제기한 의혹을 부인했다는 얘기다.

반면 이 청장은 해당 보도를 ‘허위 보도’로 규정하고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 청장은 지난 7일 경찰청을 통해 공식 입장을 내 “당시 강인철 전 광주청장에게 페이스북 게시글 관련해 전화하거나 질책한 사실은 없다”며 “다만 11월 6일 고(故) 백남기 농민의 노제를 앞둔 상황에, 11월 4일 내지 11월 5일경에 강인철 전 광주지방청장이 해외여행 휴가를 신청한 것에 대해 질책한 바는 있다”고 밝혔다.

강 전 청장은 이에 대해 “광주에서 네팔로 의료봉사를 하러 가는 단체와 동행하기 위해 그전부터 약속이 돼 있어 미리 휴가를 잡아 결재까지 맡았지만 결국 휴가는 자진 취소했다”며 “SNS 게시글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강 전 청장은 “지금의 진실 공방을 끝내기 위해서는 휴대폰 통화 내역을 공개하는 것 밖엔 없는 것 같고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다면 적극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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