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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지난달 재임에 성공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복지 개혁에 칼을 뽑았다. 올 가을 발표할 복지 삭감 계획을 앞두고 캐머런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영국 체셔카운티 렁컨에서 “영국이 저임금, 높은 세금, 높은 복지사회에서 더 높은 임금, 더 낮은 세금, 더 적은 복지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고 연설했다.
영국 정부는 연간 120억파운드의 재정지출을 삭감하기 위해 대대적인 복지 개혁안을 내세웠다. 근로 빈곤층에 대한 세액공제를 축소하는 대신 기업을 향해 임금을 인상하라고 압박했고 자녀는 물론 장애인 복지 축소까지 약속했다. 영국 전역에선 복지혜택 축소에 반대하는 시위가 거세다.
기업 압박하는 英 정부..“논리 떨어진다” 비판도
영국 정부가 선택한 것은 세액 공제 등 복지 혜택을 줄일 테니 그 대신 기업이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다. 근로 빈곤층에 대한 복지 혜택이 많기 때문에 기업이 임금 인상을 미루고 있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수많은 기업들이 대규모 이득을 취하는 반면 근로자에게는 너무 적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영국 정부는 최저임금이 오는 2020년까지 8파운드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마크 리틀우드 경제문제연구소(IEA) 총괄이사는 “복지 예산 절감의 필요성은 있지만 근로자에게 매우 불공정하다”며 “세액공제 축소는 한계세율을 높여 근로자를 낙담하게 하고, 시간제 근무를 늘린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방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안과도 배치된다. OECD는 긴축 정책 속도를 완화하고 재정지출을 감축할 때도 근로 빈곤층에는 영향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었다.
‘보호 약속했던’ 장애인 복지도 축소 대상
캐머런 총리는 당초 자녀 및 장애인에 대해선 복지혜택을 축소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내각에선 둘 다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영국재정연구소(IFS)는 자녀 세액공제를 과거 2003~2004년 수준으로 축소해 370만가구에 연간 1400파운드를 감축, 총 51억파운드가 절약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아동 빈곤가구는 30만가구 증가할 전망이다. 또 장애혜택에 대한 규칙을 강화하고 장애생활수당과 자립지원급여 등에도 세금을 부과해 연간 15억파운드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거 급여도 최대 임대료 100% 지급에서 90%로 낮춰 40억파운드를 감축할 계획이다.
이안 던컨 스미스 노동연금 장관은 “(장애인) 복지혜택 보호를 약속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최고의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