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비상등]한풀 꺾인 부동산시장..대책 후속 입법 서둘러야

대책 기대감도 잠시..실망감에 일부지역 아파트값 뚝
전셋값만 천정부지 치솟아
"재건축초과이익환수 폐지 등 규제 완화 조치 국회 처리돼야"
  • 등록 2014-11-06 오후 6:08:44

    수정 2014-11-06 오후 6:08:44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사상 최고치인 64.9%를 기록했다. 이는 KB국민은행이 1998년 12월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올해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제외하곤 사실상 큰 변동이 없었다. 용산구와 구로구 등 일부 지역은 오히려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이 상황은 비슷하다.

9·1 부동산 대책 이후 상승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이 한풀 꺾인 모습이다. 일부에선 정부 대책이 전셋값만 올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와 맞물려 다시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 것이란 위기감도 감지되고 있다.

[자료 부동산114]
매맷값 상승 폭 줄고, 전셋값 더 올라

정부는 부동산시장 회복을 위해 올해 연이은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질적 집값 상승세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9·1 대책으로 활기를 띠는 듯하던 주택시장은 최근 들어 다시 제자리 걸음이다.

부동산 114 통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값은 1.99% 올랐지만 용산구와 강서·구로·중랑구는 오히려 떨어졌다. 강남3구와 양천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변동률이 1%대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9·1 대책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0.82% 상승한 게 전부다.

정부는 9·1 대책을 통해 재건축 연장 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고, 전매 제한을 최단 6개월로 완화하는 등 특단의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시장에 기대감을 안겨주면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거나 추진 예정인 단지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권과 양천구 집값을 끌어올렸다. 특히 양천구는 9·1 대책 이후 2.22% 올라 서울에서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오름 폭이 줄면서 분위기가 다시 9·1 대책 발표 이전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10월 마지막 주인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변동률은 0.00%로 관망세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전용면적 36㎡형은 최근 5억9500만원에 매매됐다. 9·1 대책 발표 이후 6억2000만∼6억3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급매물이 다시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 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가격이 많이 올라 단기 상승에 따른 부담감이 큰 상태”라며 “정부가 잇따라 대책을 내놓자 기대감에 오름세가 이어졌지만, 법제화가 되지 않자 실망감에 다시 주춤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양적 완화 종료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과, 둔화되고 있는 거시경제 지표 등 국내·외적 상황도 부동산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 양적 완화 종료뿐 아니라 엔저 현상, 유럽 경기 회복 둔화 등 국외 상황이 한국 경제에 위기감을 불어넣고 있다”며 “이는 환율·금리·경기 성장률 둔화 등 모든 거시경제 지표 하락으로 이어져 부동산시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셋값 부담은 더 커졌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누계 전국 아파트 전셋값 평균 상승률은 3.65%에 달한다. 서울은 4.05% 올랐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자 전세에서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면서 전세 물건이 귀해진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집값은 변동 폭이 거의 없는 반면 전셋값은 오름 폭이 커지자 전세가율도 치솟고 있다. 국민은행 조사 결과 10월 전국 주택 전세가율은 62.9%로 한 달 새 0.2%포인트 올랐다.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69.4%, 연립주택이 62.5%, 단독주택은 42.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는 64.9%로 1998년 12월 조사 시작 이래로 최고치다.

전문가들 “대책 후속 입법화 서둘러야”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후속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등 시장 과열기에 도입한 규제 완화 조치가 사실상 국회 입법화 과정에서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센터장은 “현재 시장 분위기는 완전히 꺾였다기보다는 조정 국면이라고 봐야 한다”며 “임대소득 완화 법안, 재건축 관련 법안 등이 국회를 통과하면 다시 상승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의열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도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띠려면 재건축시장부터 생기가 돌아야 한다”며 “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는 상황을 모면하려면 올해 말 유예기간이 끝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서둘러 폐지하거나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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