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조 퇴직연금시장 열린다…금융권 혈전 예고

자본연 퇴직연금시장 2020년까지 350조~380조 성장
증권업계 위험자산 투자비중 확대에 '화색'
은행·보험 자산 포트폴리오 재수립 등 수성전략
리스크 커져 투자손실↑..깡통연금 가능성
  • 등록 2014-08-27 오후 8:00:00

    수정 2014-08-27 오후 8:20:01

[이데일리 김재은 함정선 기자] 정부가 2022년 전사업장 의무 도입을 골자로 한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만으로는 노후소득보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6년부터 300인이상 사업장은 퇴직연금을 의무 도입해야 하며, 2022년까지 전 사업장으로 확대한다. 1년내 미도입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또 삼성펀드, 현대차펀드와 같이 대기업이 개별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도 2016년 7월부터 허용된다. 30인이하 영세중소기업엔 정부가 재정지원을 통해 사업주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현재 87조원 수준인 퇴직연금 시장이 2020년께에는 350조~380조원대로 4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위험자산 투자비율이 확대되는 등 수익률을 강조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정해지면서 증권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안전자산 투자가 강점인 은행과 보험사에 내줬던 퇴직연금 시장을 되찾을 계기가 될 것이란 판단아래 공격적인 마케팅전략 수립, 시장 쟁탈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위험자산 투자비중 확대…증권업계 화색

현재 87조5000억원 수준인 퇴직연금시장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며 게걸음 증시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이와 관련 27일 정부의 사적연금활성화 대책 발표 이후 증권주들은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그간 은행과 보험사 주도의 퇴직연금 시장에서 제도개선에 따라 위험자산 비중이 높아지며, 주식 등 위험자산 운용능력이 퇴직연금 위탁 시 선택의 중요요소가 됐다는 게 증권사들의 판단이다. 게다가 2016년 7월부터는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등 개별 기업이 독립된 퇴직연기금을 조성해 신탁형태로 운용하는 ‘기금형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될 예정이어서 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개별기업들을 타겟으로 한 운용사들의 영업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앞다퉈 퇴직연금 전용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전용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적극적인 준비에 나서고 있다.

대우증권(006800)은 지난해 확정기여형 사업장을 위한 맞춤형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자산관리 전문가가 사업장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은퇴설계연구소를 출범해 퇴직연금 등 연금상품에 대한 종합 컨설팅 서비스를 선보였다. 우리투자증권(005940)은 퇴직연금 교육시스템을 통해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미래에셋증권(037620)은 퇴직연금에 랩어카운트 서비스를 시작했고, 신한금융(055550)투자도 퇴직연금 가입자를 위한 전용 웹페이지를 개설했다.

은행·보험 투자전략 재수립 수성나서

반면 현재 퇴직연금 시장의 과반이상(52.1%)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들의 경우 원리금 보장 예금상품에서 펀드 등으로 투자대상을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투자전략을 재수립해야할 상황이다. 보험사 역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된 방안을 보면 자본시장 활성화의 한 축으로 퇴직연금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퇴직연금제도를 활성화하려면 개인의 수급권을 확실히 보장하고 연금 형태로 받을 수 있도록 강력한 세제 혜택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퇴직연금 시장이 은행에 너무 치우쳐 있어 업권간 경쟁을 유도해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라며 “투자원칙보고서를 작성하면 일정부분 투자 손실이 면책되는 만큼 그동안 안전자산 위주의 투자가 자연스럽게 수익성을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자산 비중 확대에 깡통연금 우려도

정부는 영세사업장 퇴직연금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키로 했지만, 재정지원 규모가 미미하고 한시적이라 가입유인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는 30인이하 영세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월 140만원미만 근로자의 퇴직급여의 10%인 14만원을 내년부터 3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월 140만원미만 근로자(2015년기준)의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의 50%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의 지원비율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의 재량권도 확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의 총위험자산 보유한도를 현행 40%에서 확정급여형(DB)과 동일한 70%로 상향하고, 개별 위험자산 보유한도도 폐지하기로 하면서 최악의 경우 ‘깡통연금’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또 퇴직연금(DC, IRP)에 한해 별도 5000만원의 예금자보호한도를 신설했지만, 퇴직연금이 노후 보장성격인 만큼 금액에 관계없이 연금 납부액 전액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지 오래되지 않아 5000만원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향후 필요하다면 금액을 높여서라도 퇴직연금 납입금은 전액 보장하는 방식으로 제도개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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