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서울 등 중부지방의 ‘벚꽃 만개’가 예상보다 늦어지며 ‘벚꽃 없는 벚꽃 축제’가 현실이 됐다. 지난해 벚꽃 개화 시기가 빨랐던 것을 고려해 올해 축제 시기를 앞당긴 지자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축제를 찾은 시민들 역시 실망하긴 마찬가지였다.
| 27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벚꽃축제.낮은 기온과 일조량 부족 등의 이유로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았다.(사진=이유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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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벚꽃축제는 지난 27일 개막해 오는 31일까지 닷새간 진행된다. 석촌호수 곳곳에는 ‘아름다운 봄, 벚꽃 이야기’ 플래카드가 내걸리며 축제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정작 축제의 주인공인 벚꽃은 보이지 않았다. 석촌호수 주변은 왕벚나무·산벚나무·겹벚나무 등 총 1100여주의 벚나무가 둘러싸고 있는데, 벚나무 가지들은 꽃망울조차 맺히지 않은 채 앙상했다.
봄 내음을 맡고자 한껏 기대를 품고 도시락과 간식을 챙겨 모여든 친구, 가족, 연인들은 “괜히 왔다”며 후회하는 반응을 보였다. 친구와 함께 놀러 온 20대 대학생 박모씨는 “예전에 벚꽃 축제 놀러 왔을 때의 좋은 기억이 남아 있어 와봤는데 올해는 꽃이 피지 않아 있더라”며 “사람들도 많지 않고 생각했던 모습과는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벚꽃 구경 대신 거리에 핀 개나리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외국인들도 벚꽃 같은 자연 풍경보다는 롯데월드 놀이기구를 촬영하는데 더 관심을 보였다.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에서도 29일부터 봄꽃축제가 열리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축제를 하루 앞둔 28일 윤중로 곳곳에는 ‘여의도 벚꽃길 노상 주차장 전면 통제’, ‘불법 주·정차 차량 즉시 단속’ 안내문이 붙었지만, 벚꽃 구경을 나온 시민들의 모습이나 차량 행렬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곳 벚꽃 나무도 꽃망울이 피지 않은 탓이다. 설상가상 이날 오전에 내린 비 때문에 듬성듬성 폈던 꽃잎들마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여의도 봄꽃축제가 개막하는 29일에도 중부지방에 비 소식이 예보됐다.
|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 작은 나무에 벚꽃이 듬성듬성 피어 있다. (사진=이유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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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석촌호수 벚꽃축제는 4월 5일부터 9일까지 열렸던 지난해보다 일주일가량 빠르게 개막했다. 지자체는 이번 겨울(2023년 11월~2024년 2월) 이상 고온 현상 탓에 꽃이 빨리 필 것으로 전망하고 축제 일정을 예년보다 앞당겼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벚꽃 개화시기가 늦어지자 축제를 기획한 지자체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작년은 축제 시기보다 꽃이 빨리 펴 문제였는데 올해는 정반대 상황이 됐다”며 “2월 무렵 축제 시기를 확정하고 가수공연, 체험공간, 프리마켓 등 각종 행사를 준비하기 때문에 날짜를 다시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송파구는 오는 31일 축제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포토존과 야간 조명 등을 연장 운영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개화 시기가 예상보다 지연된 이유로는 기온과 일조량이 꼽힌다. 10도 이상의 기온이 이어지고 일조량이 충분할 때 피는데, 올 3월엔 꽃샘추위가 잦고 비도 자주 내리면서 개화 시기가 늦어졌다는 분석이다. 기상정보 제공업체 웨더아이는 서울 등 중부지방은 4월 3일 벚꽃이 개화하여 4월 10일경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와 비교하면 5~9일 정도 늦은 시기에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기상정보 제공업체 웨더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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