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보유 전세사기 채권, 캠코가 매입키로 결정

피해자 단 1명도 안나오도록
유동성 위기 NPL업체 요청시
캠코가 사들여 경매기일 연기
관건은 매입가..."싸면 경매 넘겨"
  • 등록 2023-04-25 오후 4:41:08

    수정 2023-04-25 오후 4:41:08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21일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 매각기일을 직권으로 변경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대부업자인 부실채권(NPL) 매입업체가 보유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주택 채권을 NPL 업체가 원할 경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사들이기로 정부가 결정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영세 NPL 업체가 경매기일을 연기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자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부터 NPL 업체가 요청하면 해당 업체가 보유한 전세사기 주택 채권을 캠코가 매입하기로 했다. 캠코가 NPL 업체 채권을 매입하면 채권자가 캠코로 넘어가 경매기일을 늦출 수 있다. 사기 물건이 경매에서 낙찰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 피해자가 1명이라도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당국 관계자는 “NPL 업체의 부실채권을 캠코가 일괄 매입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경매 유예가 종료되는 시점에 경매로써 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업체는 채권을 보유할 것이고, 당장 유동성이 부족하거나 캠코에 파는 게 낫다고 보는 업체는 캠코에 채권을 매각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어느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매입 시행일을 정한 것은 아니며, 매각 요청이 들어오면 바로 매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관건은 매입 가격이다. NPL 업체가 경매에서 기대하는 낙찰 가격만큼 캠코가 책정하지 않으면 NPL 업체는 캠코에 매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당국과 캠코는 경매 입찰가격보단 낮은 선에서 매입가를 논의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낙찰 예상가격에 맞춰야 캠코로 매각하려 할 것”이라며 “NPL 업체가 부실채권을 매입할 당시 가격 또는 그보다 소폭 높은 가격이라면 경매에 넘기는 게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매입 규모는 정하지 않았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은 약 2400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기일이 도래한 경매물건의 약 60%는 NPL 업체가 보유한 채권인 것으로 파악된다. 2400 피해 가구의 절반 이상에 대한 선순위 채권자가 NPL 업체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또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채권의 평균 채권최고액은 1억3000만~1억40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대출원금이 평균 1억1000만~1억2000만원 선이라는 의미다. NPL 업체가 평균 50%에 매입했다고 가정하면, 모든 업체가 캠코에 채권을 팔아넘길 경우 700억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앞서 지난 20일 영세 NPL 업체가 보유한 물건 4건이 경매로 넘겨졌다. 금융감독원이 경매 유예를 요청했지만 해당 업체들은 기일을 연기하고 싶어도 유동성이 넉넉하지 않아 여건이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해당 물건은 모두 유찰됐지만 낙찰 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거주 중인 주택에서 쫓겨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4건을 제외한 다른 경매물건은 금감원의 유예 협조 요청으로 25일 현재까지 기일이 모두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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