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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던진 질의다. 우리나라는 양자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하고, 10년간 1조원의 투자를 예고했다. 적지 않은 규모이지만, 2018년 국가양자이니셔티브를 제정해 5년간 12억달러(약 1조 5000억원)을 양자컴퓨터에 투자하기로 한 미국 등 선도국가와 비교해서는 시점도 늦어졌고 투자 규모도 적다.
양자컴퓨팅 하드웨어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간다고 평가받는 IBM은 2020년 65큐비트, 2021년 127큐비트 양자 컴퓨터를 상용화했다. 올해는 1000큐비트 이상의 양자컴퓨터를 세상에 내놓을 예정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연구실에서 10큐비트 이하의 양자컴퓨터 실험에만 성공한 수준으로 2026년이 돼서야 5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자체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이다. 변 의원의 문제 제기는 이런 상황에서 이 정도 투자 규모로 선도국가에 진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양자기술 분야에서 뒤처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자컴퓨터를 자체 구축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정연욱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교수는 “양자기술 투자의 75%가 양자컴퓨팅에 집중된다”며 “반도체를 만들면 메모리와 중앙처리장치(CPU)로 승부해야지 그래핀 반도체로 승부를 봐서야 되겠는가”라고 지나친 실용주의적 관점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양자기술의 정수는 양자컴퓨팅에 있다는 말이다.
그 중 하나가 소인수분해로 이를 통해 현재 일상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암호체계인 공개키 암호화방식(RSA)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는 양자우월성을 먼저 달성하는 국가가 안보에서 엄청난 우위를 점할 것이란 의미다. 각국이 사활을 걸고 양자컴퓨터 개발에 나서는 이유다. 각국이 양자기술을 ‘패권기술’로 점찍고 경쟁국에 노출하지 않으려는 이유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후발주자라고 하더라도 양자컴퓨터 개발에 손을 놓으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양자컴퓨터가 아직 초기 단계라는 것은 아직 우리에게 기회가 남아 있다는 것을 뜻한다.
김상욱 KAIST 교수는 “양자컴퓨터가 우리가 원하는 수준까지 개발될 것이란 기대는 위험할 수 있다”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양자컴퓨터가 나오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많은 기술이 파생되며 발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컴퓨팅 기술 자체는 후발주자이지만, 이를 구현해가는 과정에서 한국이 가지고 있는 강점은 적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자컴퓨터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소재·부품·장비가 필요한데 ‘반도체강국’인 한국은 좋은 생태계를 이미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MIT와 하버드에서 양자컴퓨터·양자통신 연구를 해온 윤지원 SDT 대표는 미국서 부품과 장비를 구하기 어려웠던 경험을 회고하며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계측·제어장비,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영역이 필요하다”며 “미국이 1년에 1조 원을 쏟아붓는데 만약 우리가 이에 맞는 부품과 장비를 제공할 수 있다면 1조 원의 시장이 창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보다 앞서나간 국가의 양자컴퓨터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순칠 한국연구재단 양자기술단장은 “국내에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것과 별개로 일단 외국에 있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양자알고리즘, 양자소프트웨어에 대한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