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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금융·증권 범죄 중점 검찰청인 서울남부지검에 증권범죄합수단이 설치된 것처럼 다른 중점 검찰청에도 합수단을 설치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비한 전문 분야 수사 역량 유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문 분야 중점 검찰청은 관할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전문 분야를 지정하고, 수사 역량을 강화하는 제도로 △서울남부지검(금융범죄) △울산지검(산업안전) △부산지검(해양범죄) △제주지검(자연유산보호) △수원지검(첨단산업보호) 등 전국 11곳 지청에서 운영 중이다.
합수단이 추가 설치되면 가장 활약이 기대되는 곳은 첨단산업보호 중점 검찰청인 수원지검이다. 수원지검 관내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SK하이닉스, 네이버, 판교테크노밸리 등 첨단 기술 보유 기업들이 많다. 최근 우리 기업의 중요 기술 유출·탈취 사례가 잇따라 심각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합수단이 출범하면 관련 범죄 척결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기술 유출 사건은 전국 청 접수 사건의 약 80%가 불기소되고, 그나마 기소되는 사건도 약 20%가 무죄 선고를 받는 실정”이라며 “이런 사건은 대형 로펌의 전문 변호사들이 주로 관여하고, 전문 용어를 나열하면서 즉시 반박이 어려운 주장을 펼치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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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수단에는 특정 범죄 분야에 수사권을 갖는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이 배속되며 검수완박법으로 검찰의 수사 범위가 제한되더라도 특사경과 함께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유출범죄는 경제 범죄에 속하기 때문에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돼도 당장 수사가 제한되지 않는다.
합수단의 설립은 범죄 심리 차단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금융·증권범죄 합수단은 2013년 출범 이후 불공정 거래 사건 처리 건수가 전년 대비 31% 감소하는 등 자본 시장 정화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같은 효과를 의식한 듯 한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합수단의 필요성을 피력하면서 “화이트칼라 범죄는 모두 다 적발할 수 없다”며 “다만 국가는 그런 범죄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조주태 변호사는 “범죄자 입장에서 수사 기관의 수사·감시망이 허술하다고 느껴지면 범죄 행위가 빈발할 수밖에 없고 수법도 더 대범해질 것”이라며 “검수완박 시행에도 검찰의 전문 분야 수사 역량은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