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수부 소관인 해운법에 해운사의 공동행위를 관리하는 내용이 있는데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자체 규정이 있어 두 부처 간 이견이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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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한~동남아 노선 담합’ 사건을 조사한 후 지난 5월 국내외 23개 해운사에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공정위가 향후 전원회의를 열고 해운업계에 8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이 대해 해운업계는 공정위가 합법적인 운임 공동행위를 문제 삼고 있다며 반발에 했다. 국회도 움직였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운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시켰다.
공정위는 해수부가 추진하는 해운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해운사의 불법적인 담합 행위로 거래 상대방인 화주(화물의 주인)나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 장관은 “개정안은 해운업계에 위법성이 있는 경우 해운법을 근거로 해수부가 소관할 수 있도록 명확히 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선사가 잘못하고 있는 것을 봐주자는 게 아니다“라며 “(기존 법은 담합 시 건당 1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되지만) 해운법 개정안은 10억원으로 높이는 등 더 엄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이에 대해 의견을 같이 한다. 선주와 화주의 관계에서 절대적인 갑(甲)은 화주다. 공정위가 담합으로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거래 상대방인 화주가 오히려 해운업법 개정안 통과를 반기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문 장관은 “화주들이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을 통해 공정위 주장과 달리 자신들이 피해를 본 사실이 없다는 성명서를 냈다”며 “손해가 발생했으면 지난 40년 간 문제 제기를 했을 것이고, 이번 기회를 통해서 시장을 바로 잡으려고 했을 텐데 오히려 공정위를 말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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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의 특수성 때문에 배와 비행기 모두 물류업이지만 이를 공통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다는 게 문 장관의 설명이다. 항공은 허가를 받은 곳만 영업이 가능한 인가제이지만 해운은 등록제이기 때문이다.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배를 구입한 후 신고하기만 하면 선주가 될 수 있다. 반면 비행기의 경우 국가별로 항로와 운항 가능한 비행 대수 등이 정해져 있어 담합이 발생하면 소비자인 국민이 고스란히 피해를 본다. 반면, 해운의 경우 시장이 완전히 개방돼 있어서 선택지가 많다.
일각에서는 유럽연합(EU)이 2008년 운임 담합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 면제를 폐지했다며 우리나라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문 장관은 시장 환경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EU의 MSC, 머스크, CMA CGM 등 3대 컨테이너사는 우리나라와 반대 상황인 과점 형태라서 공동행위를 허용할 필요가 없다”며 “EU가 공동행위 면제를 폐지했다고 언급하는 사람은 해운업의 특성을 전혀 모르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문 장관은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화주를 손해를 보게 하려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만 예외조항을 두자는 것도 아니다”면서 “우리처럼 해운이 중요한 나라에서 해운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