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 일파만파…"文, 조현병 환자 같은 생각"(종합)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 파장
"文 대북 비핵화 접근, 조현병적인 아이디어"
"1차 북미회담, 정의용이 김정은에 먼저 제안"
"북미 외교문제, 한국의 창조물…위험한 연출"
"트럼프, '미군 주둔국들 비용 더 내야' 생각"
  • 등록 2020-06-22 오후 3:27:33

    수정 2020-06-22 오후 9:21:0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조현병 환자 같은 생각(Schizophrenic idea).’

대북 강경파로 악명이 높았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이같은 망언적인 비유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제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첫 제안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니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다는 언급해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1차 북미회담, 정의용이 김정은에 먼저 제안”

22일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인 ‘그 일이 벌어진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을 살펴보면 이같은 내용들이 담겨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책은 23일(현지시간) 출간된다.

가장 큰 논란꺼리는 ‘조현병 환자’ 발언이다. 회고록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2월 하노이 회담 당시 북한은 완전한 핵폐기가 아니라 영변 핵시설 폐기를 주장하며 동시에 미국의 경제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주고받기’ 협상을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만큼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볼턴 전 보좌관은 당시 하노이 회담 결렬 뒤 정 실장과 나눈 회동 내용을 소개하면서 “(미국이 주고받기식 협상을 거부했는 데도 영변 핵시설 폐기를) 의미있는 첫 조치로 봐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조현병 환자 같은 생각을 정 실장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또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것은 정 실장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은 정 실장이 그해 3월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성사됐다”며 “정 실장은 2018년 3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초대장을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충동적으로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 실장은 그런 초대를 하겠다고 김 위원장에게 먼저 제안한 사람은 자신이었다고 거의 시인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정 실장은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 다녀온 직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하고 나서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빨리 만나고 싶다고 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그해 6월 실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런데 볼턴 전 보좌관은 정 실장이 먼저 김 위원장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를 두고 “(북미 외교 문제는) 한국의 창조물이었다”며 “김 위원장이나 미국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와 보다 관련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내 관점에서 보면 실질적인 내용이 아니라 위험한 연출이었다”고 비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한반도 종전 선언을 두고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는 한국전에 대한 종전 선언이었다”며 “나는 처음에 종전 선언이 북한의 아이디어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이것이 자신의 통일 어젠다를 뒷받침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일 것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는 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을만한 또 하나의 이유였다”며 “실질적으로 종전 아이디어는 그것이 좋게 들린다는 점을 말고는 (채택할) 이유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북미 외교 문제, 한국의 창조물…위험한 연출”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60월30일 열린 판문점 회동 내용도 회고록에 담았다. 그는 “미국과 북한이 모두 양자간 정상회동을 원했으나 문 대통령이 동행을 원했다”는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군사분계선에서 손을 맞잡고 미국 대통령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가 되돌아왔고, 이 장면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지켜보던 문 대통령이 북미 정상 곁으로 오면서 세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바 있다. 이후 문 대통령 없이 자유의 집에서 북미 정상 회동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으로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50억달러(약 6조원)를 받지 못한다면 미군을 철수하라고 했다는 내용 역시 회고록에 포함돼 있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 문제와 관련해 여러차례 미군 철수를 위협했다고 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한국 등과의 관계를 매우 어렵게 했던 이슈 중 하나는 미군 기지를 유치한 나라들이 내야 할 비용 분담에 관한 문제였다”며 “많은 논의 후에도 ‘미국이 한국을 지키기 위해 거기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흔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에 관한 회의를 하던 중 한국에서 진행한 한미연합훈련을 가리키며 “(한국의 미군 기지 지원으로) 50억달러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거기에서 나오라”고 말했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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