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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우정사업본부와 도급 계약을 맺고 한정된 구역에 우편물을 배달하는 재택위탁집배원도 노동자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14년 3월 소송을 제기한지 5년여 만에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진 않았지만 실제 사용관계에 놓인 다른 특수고용직 처우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3일 재택위탁집배원 유모씨 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택위탁집배원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일환으로 도입된 제도로, 국가공무원인 정규 집배원이 하던 업무 일부를 민간에 위탁하면서 도입됐다. 우정사업본부는 함께 도입된 상시·특수지 위탁집배원들과는 근로계약을 맺은 반면, 재택위탁집배원과는 근무시간이나 배달량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하는 도급계약을 체결해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또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수당 근거가 되는 하루 8시간을 넘겨 일하지 못하도록 했고, 2013년 4월부터 이들을 개인사업자로 분류해 사업소득세를 부과했다.
이어 “일정 시점부터 사업소득세를 낸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이른 시일 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는 노사와 민간 전문가로 ‘재택위탁배달원 근로자 전환 TF’를 구성,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재원과 정원 등을 확보할 방침이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조속한 시일 내 재택배달원의 근로자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집배원들의 처우개선과 서비스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