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가운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명은 고심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입장 표명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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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신 장관과 유 장관에 대해 임명장을 수여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두 장관의 임명안을 재가했다. 신 장관은 여야 합의가 불발되고 임명된 18번째 장관이 됐으며, 유 장관은 ‘부적격’ 의견이 병기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받아들고 임명됐다.
이날 임명장 수여식에는 김대기 비서실장,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김승호 인사혁신처장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김 후보자는 지난달 13일 신 장관과 유 장관과 함께 윤 대통령에게 후보자 지명을 받았었다. 같은 날 지명을 받은 세 후보자 중 두 사람만 이날 임명장을 받았고, 김 후보자는 아직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에 발목이 잡혔다.
김 후보자는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코인 보유 의혹을 비롯해 ‘주식 파킹’(제3자에 잠시 주식을 맡기는 것)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특히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당시 여당 의원들과 함께 퇴장한 뒤 복귀하지 않으면서 이른바 ‘김행랑’(김행+줄행랑)이란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급기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청문회 불참과 중도 퇴실을 사퇴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담은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인 ‘김행랑 방지법’까지 발의하면서 공세를 퍼붓고 있다.
윤 대통령이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없이 임명한 19번째 고위직 인사가 된다. 다만,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인사청문 기한이 만료됐음에도 아직까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논란을 의식한 나머지 임명을 강행하는 대신 여론 추이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표현 외에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는 않고 있다.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민심 악화는 물론, 이날 열리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보궐선거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미니 총선’이라 불릴 만큼 여야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여권에서는 일단 보궐선거 결과를 보고 윤 대통령이 김 후보자 임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가 나온 뒤에 정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물론 윤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에 나설 것이란 의견도 여전하다. 안 그래도 현 정부에서 폐지하기로 한 여가부를 맡을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 때문이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하기에는 이미 타이밍이 늦었다”면서 “자진사퇴 자체가 윤 대통령의 잘못을 인정하는 뜻이 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