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장관 “게임체인저 양자, 국가안보·경제 위해 적극적 투자 필요”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인터뷰
엄청난 파급력 가져올 양자기술, 손놓을 수 없어
반도체 제조 역량, 양자기술 추격전에 강점될 것
양자기술 국산화 위해 인력양성에 방점
  • 등록 2023-03-08 오후 6:24:54

    수정 2023-03-08 오후 7:25:35

[이데일리 강민구, 정다슬 기자] “양자기술은 국가 안보·산업에 직결되며, 서둘러 대비하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위협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반도체 제조기반 역량 등을 모은다면 충분히 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양자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장관은 코로나19, 미·중 패권경쟁 등에 따른 전 세계적 환경 변화 속 양자컴퓨터를 비롯해 양자센싱, 양자 통신 등 양자기술 개발 지원을 강화해 우리나라가 양자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양자기술 새로운 영역서 존재감

양자기술은 ‘중첩’과 ‘얽힘’이라는 거시세계에서 볼 수 없는 양자의 특성을 활용해 고속 연산, 정밀 계측, 보안 강화를 이끌 혁신 기술로 주목받는다.

반도체 석학인 이 장관은 장관 직속으로 양자기술작업반을 구성하고, ‘50큐비트 양자컴퓨터 구축 및 양자인터넷 개발 착수 보고회’를 직접 찾는 등 양자기술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이 장관은 “장관 부임 이전에는 ‘양자기술에 대해 굳이 해야 하느냐’는 부정적인 생각도 갖고 있었는데 양자 관련 전문가들을 만나고, 관련 논문도 읽어보면서 미래에 어떤 형식으로든 변화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며 “단순히 몇 퍼센트 수준의 변화가 아니라 10배 수준의 획기적인 기술 변화가 올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고 판단해 국가적으로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다만 이 장관은 양자기술이 당장 생활에 변화를 주거나 급격한 기술 개발로 이어지지는 않겠다고 봤다. 양자기술이 개발 초기에 있고,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IBM, 구글 등의 양자컴퓨터 큐비트(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 확장 경쟁도 기술 특성상 완전하지 않은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양자기술이 ‘파괴적’인 이유는 기존 기술들이 못하는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양자컴퓨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극저진공이나 극저온(-273도) 등의 환경을 만들어져야 해 시계, 노트북과 같은 생활 속 물품에 쓰이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감염병 위기에서 신약 개발에 필요한 시뮬레이션을 빠르게 하는 등 공급망·통상, 신산업, 외교, 안보적 관점에서 파급력이 커 전략기술로 수출 통제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만의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양자컴 늦지 않아, 반도체도 처음엔 부정적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강국은 중장기 관점의 양자기술 전략과 기술 로드맵을 제시하며 미래사회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양자기술은 미국의 85% 수준으로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장관은 우리나라가 양자 인력이 부족하고, 후발주자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지금이 양자 기술을 육성할 최적기라고 분석했다.

이 장관은 “한국에서 반도체는 턱도 없는 얘기라는 비아냥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반드시 늦게 출발한다고 뒤처질 것이라고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취리히 연방공대 양자센터에서 큐비트를 본 경험을 회고하며 “반도체 설계와 비슷해 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빨리 따라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맞는데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을 뜻하는 신조어)’의 기술은 아닌 것 같다”고 부연했다. 한국이 가진 반도체 제조역량을 십분 발휘하면 빠른 속도로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특히 양자컴퓨터는 국가 안보와 향후 산업패러다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술이라며 ‘국산화’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너무 약하니깐 아예 하지 말자고 하면, 나중에 국가나 산업적으로 필요할 때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 외국기업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며 “그때는 왜 초기 투자를 안 해서 왜 이런 돈을 주냐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병렬 연구, 인재 양성이 중요

이 장관은 우리나라가 빠르게 양자기술 선도국가로 진입하기 위해서 학문 간 경계를 넘어선 병렬연구와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자기술은 물리학으로만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물리학자는 물론 반도체 공정, 알고리즘 개발, 소프트웨어 개발, 인공지능(AI) 분야를 아우르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학부에서부터 양자 인재 육성을 위한 커리큘럼을 만들고 대학원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대학원생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해외에서 엄청난 돈을 주고 인재를 데리고 오는 것은 그 사람이 돌아가면 신기루처럼 기술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결국 우리 국민이, 우리나라 사람이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 장관은 양자기술, 양자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책을 만들 중요한 근간인 법적 근거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보통신법률 등에 일부 양자암호통신지원 관련 법이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다. 양자컴퓨터나 양자센싱을 빠르게 지원할 법적 근거도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국회에 박성중·변재일 의원이 대표 발의한 2개의 관련 법안이 계류돼 상반기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장관은 “양자암호통신이 일부 산업화가 됐다고 하지만 양자기술 전반에 대한 정책이 아직 연구·개발(R&D)에 치중돼 아직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과학기술혁신본부를 통해 부처별 예산이나 역할이 중복되지 않고 효율적으로 정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생태계 조성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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