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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지난 8일 접종을 시작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에 이어 두번째 승인이다. 애초 가장 먼저 승인이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투약 방식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는 논란이 일면서 지연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회 투여분의 절반을 우선 접종하고 한 달 뒤 나머지 절반을 추가 접종하면 예방 효과가 90%에 달하지만, 온전한 용량을 두 차례 투여하면 효과가 62%로 떨어지는 등 ‘고무줄 면역효과’ 논란을 빚었다.
평균 예방률이 70.4%로 낮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예방률이 95%에 달하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나 94.5%에 달하는 모더나 백신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임상시험에 노인 참가자가 거의 없어 고령자에 대한 예방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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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신뢰성 논란에도 영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한 건 최근 영국의 코로나 확산세를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때문으로 풀이된다. BBC는 “새로운 백신 접종은 영국 공중보건국이 전례없는 수준의 감염에 직면했다고 말한 이후에 나왔다”며 “현재 목표는 가능한 많은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에서는 하루 5만명 넘게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사망률은 인구 100만명당 1066명으로 세계 12위 수준이다. 특히 전파 속도가 기존 바이러스보다 70% 빠른 변종 바이러스가 최근 영국에서 급속도로 퍼지며 감염 확산세에 가속이 붙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의 신규 확진자 60%는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즉,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게 영국 정부의 복안이다. 파스칼 소리어트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1분기까지 수천만명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내년 6월 말까지 전체 인구의 약 60%인 4000만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으며, 평균 예방효과가 70%라는 점을 고려하면 2800만명이 넘는 인구가 백신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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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대규모 접종에 적합한 이유는 또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보관과 운송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회분에 약 3300원으로 화이자 1회분(약 2만1500원), 모더나 1회분(약 3만5000원~4만1000원)에 비해 저렴하다. 또 초저온인 영하 70도 안팎에서 보관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에 비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8도의 일반 냉장고 온도에서도 최소 6개월간 보관·운송할 수 있다.
반면 화이자와 모더나는 바이러스의 유전정보가 담긴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을 이용해 백신을 개발했다. mRNA 방식의 백신이 상용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획기적인 기술이지만 어떤 국가도 이를 대량으로 생산해본 적이 없어, 장기적으로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국산 백신 프리미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BBC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와 달리 영국산인 만큼 공급에 대한 신뢰감이 더 높다”며 “화이자 백신은 벨기에에서 해상을 통해 공급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유럽의약품청(EMA)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승인하기까지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MA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조건부 허가를 내 줄 충분한 자료를 받지 못했다”며 1월 중 승인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FDA 역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승인은 내년 4월쯤 승인 검토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