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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근월물(최종결제일이 상대적으로 가장 가까운 결제 월)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증산 협의가 있기 전인 지난달 21일까지만해도 배럴당 65달러선에서 거래됐으나 OPEC 회의 이후 74달러선까지 폭등했다. 2주간 12.8% 가량 오른 것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배럴당 75달러 수준으로 치솟았다. 산유국들이 유가 안정을 위해 100만배럴의 증산에 합의했으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증산 규모가 60만배럴에 불과한데다 미·중간 무역분쟁에 정유화학 제품 거래 수요가 부진해지자 유가가 빠르게 치솟은 것이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국내 최대 원유 정제업체인 SK이노베이션(096770) 주가는 9.6% 가량 급락했고 LG화학도 9.2% 가량 빠졌다. 기관투자자는 SK이노베이션을 1500억원, 외국인은 LG화학을 1260억원 가량 순매도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대한유화(006650), S-Oil 등의 정유화학주는 이날 일제히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다.
7월 정점 예상…“유가 안정되면 투자심리 개선”
올해부터 유가 상승과 신흥국 주가간의 상관관계도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유가와 신흥국 주가지수의 상관계수가 2014년 이후 0.50이었으나 올해부턴 마이너스(-) 0.63으로 바뀌었다. 지난해까진 유가 상승은 경기회복을 의미했다. 그러나 올해는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자극, 미국의 통화긴축 정책 가속화, 달러 강세, 신흥국에서의 자금 유출 우려 등으로 번져 유가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달라졌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유 시장이 비용을 높여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원유 순수입국인 미국도 원하지 않을 뿐더러 산유국의 목표도 유가 안정이란 점을 감안하면 유가 상승은 7월을 고점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세가 완화되면 정유화학주에 대한 투자심리도 개선될 수 있다.
DB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정유주는 7월 이후 내년 초 성수기까지 정제마진의 추세 상승이 예상되고 화학주는 최근 중국의 순환적 경기 조정이 마무리되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특히 화학주가 대부분 저평가 상태라 주가 반전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롯데케미칼은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로 최악의 불황이었던 2014년 평균 PBR 0.9배에 비해서도 낮다. 국제유가 상승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LG화학에 나쁘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연료가격 상승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외형성장엔 호재”라며 “LG화학은 수주 잔고도 확대돼 3분기부터 전기차 배터리 부문이 흑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