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북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관통하자 일본은 비상이 걸렸다. 아베 신조(安部晋三)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고 “지금까지는 없었던 위협”이라며 북한을 강하게 비난했다. 대응 과정에서 자위권 문제를 부각하며 이를 빌미로 일본 전체를 우경화하려는 조짐도 보인다.
북한은 29일 오전 5시57분 평양시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동쪽으로 발사했고 2700여㎞를 날아 북태평양에 낙하했다. 일본 정부는 이 미사일이 6시6분께 일본 북부 홋카이도(北海道) 에리모미사키(襟裳岬) 상공을 지나 12분께 이곳 동쪽 1180㎞ 지점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육상 영토 위 500여㎞ 상공을 약 2분 동안 비행한 것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지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북한이 1998년 함경북도 무수단리에서 발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대포동 1호는 일본을 통과해 태평양에 떨어졌다. 2009년 대포동 2호의 개량형인 은하 2호가 도호쿠(東北)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낙하했다. 북한은 둘 다 인공위성용이라고 주장했다.
화들짝 놀란 일본…대응은 침착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으나 일본은 화들짝 놀랐다. 그러나 대응은 침착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일 정부는 발사 직후 미사일이 지나간 홋카이도(北海道)를 비롯해 동일본까지 12개 도·현에 전국긴급경보시스템(J-Alart)을 발령했다. 일 관영방송 NHK는 미사일 발사 5분 후인 6시2분께 ‘국민 호보에 관한 정보’라는 긴급 보도를 통해 대피령을 알렸다. JR동일본여객철도회사는 경보령이 내린 지역의 신칸센 열차 운행을 임시 중단했다가 20여분 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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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도발 직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발사 직후부터 미사일 움직임을 완전히 파악했다”고 자신했다. 다만, 일 정부는 다만 최초엔 수 발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으나 이후 한 발이 3단계로 분리됐다고 밝혔다.
아베-트럼프 전화 “더 강한 제재”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약 40분 동안 전화 통화하고 대북 압력을 더 강화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일본경제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화 후 “깊은 얘기를 나눴으며 완전한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한미일 3국이 함께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유엔 안보리) 긴급 회의 소집을 요청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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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도발이 북한의 애초 위협보다는 그 수위가 떨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괌 주위를 타격하겠다던 북한이 이와는 동떨어진 북태평양을 겨눈 것은 “북한이 미국 등 주변국의 압박에 위축됐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日증시도 긴장…닛케이↓엔화↑
일본 증시도 긴장했다. 닛케이225지수는 개장 직후 0.67%(130.79) 내린 채 출발했다. 엔/달러 환율 역시 오전 7~8시 한때 달러당 108엔대 초반까지 급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는 북한 도발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될 때마다 강해지고 그에 따라 수출주 수익성에 타격을 입힌다.
마감을 앞둔 오후 2시38분 현재는 우려가 조금 누그러든 모양새다. 닛케이225지수는 1만9349.12로 전날보다 0.52%(100.78)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오후 2시19분 현재 달러당 108.86~108.87엔으로 전날보다 0.26%(0.29엔)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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