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첫 北미사일 상공 관통에 ‘비상’(종합2보)

화들짝 놀란 일본…대응은 침착
아베-트럼프 전화 "더 강한 제재"
日증시도 긴장…닛케이↓엔화↑
  • 등록 2017-08-29 오후 2:48:18

    수정 2017-08-29 오후 3:20:13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북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관통하자 일본은 비상이 걸렸다. 아베 신조(安部晋三)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고 “지금까지는 없었던 위협”이라며 북한을 강하게 비난했다. 대응 과정에서 자위권 문제를 부각하며 이를 빌미로 일본 전체를 우경화하려는 조짐도 보인다.

북한은 29일 오전 5시57분 평양시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동쪽으로 발사했고 2700여㎞를 날아 북태평양에 낙하했다. 일본 정부는 이 미사일이 6시6분께 일본 북부 홋카이도(北海道) 에리모미사키(襟裳岬) 상공을 지나 12분께 이곳 동쪽 1180㎞ 지점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육상 영토 위 500여㎞ 상공을 약 2분 동안 비행한 것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지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북한이 1998년 함경북도 무수단리에서 발사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대포동 1호는 일본을 통과해 태평양에 떨어졌다. 2009년 대포동 2호의 개량형인 은하 2호가 도호쿠(東北)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낙하했다. 북한은 둘 다 인공위성용이라고 주장했다.

화들짝 놀란 일본…대응은 침착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으나 일본은 화들짝 놀랐다. 그러나 대응은 침착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일 정부는 발사 직후 미사일이 지나간 홋카이도(北海道)를 비롯해 동일본까지 12개 도·현에 전국긴급경보시스템(J-Alart)을 발령했다. 일 관영방송 NHK는 미사일 발사 5분 후인 6시2분께 ‘국민 호보에 관한 정보’라는 긴급 보도를 통해 대피령을 알렸다. JR동일본여객철도회사는 경보령이 내린 지역의 신칸센 열차 운행을 임시 중단했다가 20여분 후 재개했다.

29일 오전 일본 도쿄도 내 주일미군 요코타 공군 기지에서 PAC3 부대가 지대공유도탄 전개 훈련을 하고 있다. AFP


군도 즉각 대응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미군 위성으로부터 미사일 발사 1보를 전해받은 일 방위성은 홋카이도를 지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시 항공자위대의 지대공유도탄 PAC3 발사기를 조준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일본을 조준치 않았다는 걸 확인했기에 요격을 시도하진 않았다. 일본 PAC3 부대는 이달 초 북한의 괌 인근 타격 위협에 일본 남부에 PAC3을 추가 배치하는 등 대비에 나선 상태였다. 이날도 도쿄(東京)도에선 미일연합군은 예정대로 요격 훈련을 실시했다.

아베 총리는 도발 직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발사 직후부터 미사일 움직임을 완전히 파악했다”고 자신했다. 다만, 일 정부는 다만 최초엔 수 발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으나 이후 한 발이 3단계로 분리됐다고 밝혔다.

아베-트럼프 전화 “더 강한 제재”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약 40분 동안 전화 통화하고 대북 압력을 더 강화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일본경제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화 후 “깊은 얘기를 나눴으며 완전한 의견 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한미일 3국이 함께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유엔 안보리) 긴급 회의 소집을 요청키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가 지난 2월11일 미국 플로리다 주(州) 팜비치 정상회담 중 북한의 미사일 도발 긴급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AFP


일본 내 우경화 움직임이 더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일본을 직접 공격하지 않으면 선제공격할 수 없는) 자위대법에 따라 요격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수동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강조한 것이다. 아베 총리 정부는 자위대 권한을 강화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 중이었으나 본인이 연루된 비리 스캔들과 그에 따른 지지율 하락으로 추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25~27일 설문조사의 아베 내각 지지율은 47%로 한 달새 7%포인트 올랐으나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아베 총리로선 대북 강경 대응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모멘텀이 될수도 있다. 야후재팬 관련 기사에는 말로 경고밖에 못하는 정부가 답답하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도발이 북한의 애초 위협보다는 그 수위가 떨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괌 주위를 타격하겠다던 북한이 이와는 동떨어진 북태평양을 겨눈 것은 “북한이 미국 등 주변국의 압박에 위축됐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日증시도 긴장…닛케이↓엔화↑

일본 증시도 긴장했다. 닛케이225지수는 개장 직후 0.67%(130.79) 내린 채 출발했다. 엔/달러 환율 역시 오전 7~8시 한때 달러당 108엔대 초반까지 급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는 북한 도발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될 때마다 강해지고 그에 따라 수출주 수익성에 타격을 입힌다.

마감을 앞둔 오후 2시38분 현재는 우려가 조금 누그러든 모양새다. 닛케이225지수는 1만9349.12로 전날보다 0.52%(100.78)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오후 2시19분 현재 달러당 108.86~108.87엔으로 전날보다 0.26%(0.29엔) 낮다.

엔/달러 환율 최근 24시간 추이. 닛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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