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박모(30)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이달 21일부터 시작되는 한국시리즈에 직관을 가고 싶지만 ‘표를 구하려면 대리 티케팅(대신 발권) 업체를 이용하지 않으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박씨는 “일반 표 가격보다 웃돈을 주고 사지 않으면 직관을 가기 힘들다는 게 불합리한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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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암표를 처벌할 수 있도록 공연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편법을 통한 사실상 ‘암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프로야구와 같은 인기 있는 스포츠나 유명 가수 콘서트의 경우 ‘대리 티케팅(댈티)’이라는 이름으로 수십만원의 웃돈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암표 행위와 입장권을 우회 구매하는 것 모두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프로스포츠 온라인암표신고센터에 접수된 암표 거래 건수는 올해 1~8월 5만1405건으로 지난해(5만1915건)와 비슷한 수준이다. 종목별 비중을 살펴보면 프로야구가 96.6%로 압도적이었다. 아직 가을야구가 진행되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각종 공연에서도 대리티케팅이 빈번하게 이용되고 있다. 특히 인기 많은 아이돌이나 유명 가수의 공연의 경우 표값의 4~5배가 넘는 수고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2일부터 진행되는 세븐틴의 콘서트는 VIP석 기준 대리티케팅 수고비만 50만원에 달했다. 팬들은 천정부지로 솟은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NCT 팬이라고 밝힌 A(18)양은 “아이돌 팬들은 알겠지만 업체를 통하지 않으면 절대 표를 구하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며 “그냥 표가 이 정도로 비싸다는 생각을 하고 구매를 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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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거래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매크로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표를 구매해도 처벌할 수 없다. 여전히 SNS 등에는 ‘티케팅 성공률 100%’ 등을 내세워 홍보하는 경우가 다수 있지만 이를 당장 제지하긴 힘든 상황이다. 지난 3월부터 7개월 가까이 이어진 암표판매 수사에도 검거가 7명에 그친 것 역시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편법을 이용해 자동으로 예매할 수 있는 매크로 프로그램이나 대기열을 새치기할 수 있는 ‘직링’을 파는 경우도 있었다. 직링은 ‘직접 링크’의 줄임말로 예매 버튼을 누르지 않고 바로 예매창으로 들어가 남들보다 새치기해 예매를 진행할 수 있다. 공평한 예매 경쟁이 아닌 훨씬 더 유리한 상황에서 예매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매크로와 직링을 판매하는 한 판매상은 “대리티케팅보다 직링이 훨씬 저렴해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불법이 아니라 명백한 합법”이라고 주장했다.
공연법 개정 이후에도 이같은 편법이 이어지자 문체부는 지난달 공연 및 스포츠 분야 암표 근절을 위해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여부와 관련 없이 암표 판매 행위를 금지하고 입장권을 우회 구매하는 부정구매를 금지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