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지난 5월, 서울 서초구에서 고등학생 2명이 전동킥보드 1대를 같이 타다가 택시와 부딪힌 사건이 발생했다. 전동킥보드 뒤에 매달려 타고 있던 A양은 사고 당일 사망했다. 전동킥보드 운전자였던 B양은 골절 등을 입었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었다. B양은 무면허 상태였다. 전동킥보드, 전동휠과 같은 개인형 이동수단(PM) 교통사고가 5년 새 10배나 폭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세 이하 청소년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많은 사고를 일으켜 이들에 대한 안전 의식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현재 개인형 이동수단과 관련한 법률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업체에 대한 감독, 단속권한이 없는 상태다.
| (자료=도로교통공단, 정우택 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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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이데일리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정우택 의원(국민의힘)으로부터 입수한 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개인형 이동수단 교통사고는 총 5690건, 그중 지난해에만 2384건으로 전체 41.9%였다. 이는 5년 전인 2018년(225건)보다 10.6배나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관련 사망자만 26명에 달했다. 개인형 이동수단 사고는 이듬해인 2019년에는 447건으로 그 전년보다 2배 늘었고, 그다음 해인 2020년(897건)에는 2배, 2021년(1735건)은 또 전년의 2배가 늘었다.
사고 연령별로는 20세 이하가 전체 35.4%(2017건)로 가장 많았다. 증가 폭도 남달랐다. 지난 2018년 25건에 불과하던 청소년 사고 건수는 매해 큰 폭으로 증가해 작년에는 1096건, 2018년 대비 43.8배나 폭증했다. 현재 도로교통법상 개인형 이동장치는 ‘제2종 원동기장치 자전거 면허’가 필요한데도 상당수 공유 킥보드 업체가 면허 인증 없이 대여할 수 있어 사고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30대 역시 30.7%(1747건)로 많았다, 이어 40대가 8.7%(495건), 50대가 5.6%(316건)를 보였다. 60대는 1.3%(74건), 65세 이상은 3.5%(201건) 등이었다.
사고 원인을 보면 운전자들의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이 전체의 절반 이상인 59.3%(3372건)을 차지했다.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은 휴대전화 조작, 흡연, 전방주시 태만, 운전미숙 등이다. 이어 신호위반이 487건(8.5%), 중앙선침범 305건(5.4%),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148건(2.6%),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 147건(2.6%), 안전거리 미확보 96건(1.7%), 나머지 기타 1135건(19.9%) 순이었다.
| (자료=도로교통공단, 정우택 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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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현재 법률의 미비로 업체에 대한 관리 권한이 없다고 했다. 현재 국회에 올라온 ‘개인형 이동장치 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안’은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다만 개인형 이동장치와 자동차, 보행자와 분리된 도로를 설계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단 개인형 이동장치와 자동차, 보행자와 분리된 도로를 설계할 방침이다”며 “최근 발표한 ‘사람중심도로 설계지침’ 개정안에 자동차나 자전거, 보행자 등과의 충돌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차도·보도와의 사이에 분리대나 연석 등 물리적인 분리 장치를 두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법률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현재 자유업으로 운영 중인 이동형 개인수단 대여업에 ‘등록제’를 도입하고 대여사업자가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전동킥보드 등 이동형 개인수단 관리 또한 강화한다. 특정 기간 이륜 이동수단 이용자의 위법행위 집중 단속과 계도를 시행해 위법행위 근절을 추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우택 의원은 “개인형 이동수단 서비스는 급성장했으나 그에 따른 적절한 법률이 뒷받침되지 못해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국회는 계류 중인 법률안을 조속히 통과하고 그 기간 ‘무법상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관련기관과 시장참여자들은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