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스라엘의 정국이 혼란에 휩싸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해온 ‘사법부 무력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29주째 이어져 온 반정부 시위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찬성 의견도 만만치 않아 ‘내전’ 우려까지 나온다.
|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24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고속도로를 점거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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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가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한 이후 이스라엘 전역에선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행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의회 표결 직후 TV연설을 통해 “3부(입법·사법·행정부) 간의 균형 복원 등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권 의원들과 반대 시위자들은 “민주주의가 훼손됐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국민 분열이 심화하고 사회적 혼란이 지속되며 경제 및 외교·안보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노동자 총파업으로 이스라엘의 은행, 상점 등이 폐쇄됐고 예비군은 복무 거부를 선언했다. 이스라엘 기업들은 해외 이전 채비를 갖추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도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최우방국인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백악관은 이날 사법 개혁안 가결에 유감을 표명했다.
네타냐후 정권은 의회가 재소집하는 10월 이후 사법 체계 개편을 위한 추가 입법도 추진하고 있어 당분간 대규모 시위 등 정치적·사회적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내전 가능성도 점쳐진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영국 채널4 뉴스 인터뷰에서 “정부가 (국민) 다수에 의해 불법으로 인식돼 시민 불복종, 즉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