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故이예람 성추행 가해자에 명예훼손 혐의 2년 구형

'있을 수 있는 일, 신고당했다', '여군 조심하라'…
성추행 가해자 장씨,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
특검 "가해자 발언으로 피해자가 부정적시선 받아"
선고기일은 내달 9일 오후 1시45분
  • 등록 2023-01-09 오후 5:53:23

    수정 2023-01-09 오후 5:53:23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고(故) 이예람 중사 성추행 혐의로 대법원에서 7년형을 확정받은 바 있는 전 공군 중사 장모 씨에게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지난해 5월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1주기를 하루 앞두고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의 날에서 추모객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정진아) 심리로 9일 진행된 장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2차 공판기일에서 이태승 특검보는 “방어권이란 미명 하에 성범죄 가해자가 2차 가해를 저질러 온 그릇된 악습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장씨는 2021년 3월2일 이 중사를 차량에서 성추행한 뒤 동료 군인들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지 않았는데도 허위신고했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려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해 9월13일 안미영 특별검사팀에 기소됐다.

이날 공개된 증거에 따르면 장씨는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신고당했다. 선배님들도 여군 조심하세요’라는 취지로 얘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미영 특검 측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직속 선배 부사관이고 피해자가 공군을 평생 직장으로 삼아 항공학교를 졸업하고 직업군인으로 근무하다 발생한 직장조직 내 성폭력 범죄로 인해 피해자가 그 자체로 회복이 어려울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고 짚었다.

아울러 “사건 직후 피해자가 당한 성추행 사건을 군 생활을 하다 보면 생길 수 있는 일로 치부하고 피해자를 유난히 예민하고 군 조직을 위협하는 문제적 인간으로 위협하는 시선들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입혔다”며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된 피고인의 공소사실 발언도 2차 가해와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성범죄 사건은 그 자체로 인한 피해에 더해 주변 부정적 시선으로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사건 이후) 가해자의 발언이 퍼지고 퍼져 오히려 가해자를 동정하고 피해자가 주변으로부터 부정적 시선을 받게 만든 중대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장씨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공소사실에 기재된 표현을 한 점은 다투지 않는다”면서도 “자신을 책망하는 상사에게 잘못을 축소, 합리화하려는 마음에 자기변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이 진상을 파악하고자 하는 상관에게 한 변명이 명예훼손이 되는 결과가 돼선 안 된다”며 “공연성 요건은 특히 엄격히 해석돼야 한다”고 항변했다.

한편 피고인 신문에서 재판부는 장 씨에게 “‘여군 조심하라’는 말이 무슨 뜻이냐”, “피해자에게 한 행동이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거나 가벼운 터치에 해당하냐”는 질문을 던졌지만 장씨는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재판 과정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이 중사의 부친은 “가해자를 분리해야 하는데 그대로 두니까 부대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소문을 냈다. 81일 동안 단 한 사람도 따듯하게 손잡아주거나 눈길 보내준 사람이 없었다”며 “예람이를 살리고자 발을 동동 굴렀는데 그 좋은 날에 그런 선택을 했다. 법대로 처벌해달라”고 호소했다.

장씨는 “가족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제 잘못은 매일 같이 반성하고 지내고 있다. 그 당시 (행동이) 잘못됐다는 걸 알지만 잘 판결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추행 피해를 입은 이 중사는 동료와 상관의 회유·압박 등 2차 가해에 시달리다 2021년 5월21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중사 사건 가해자인 장씨는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군사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9년, 2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아 지난해 9월29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 중사 사망사건을 수사한 특검은 지난해 9월13일 100일간 수사를 마치고 장씨를 비롯해 2차 가해를 저지른 이 중사의 상급자, 공군본부 장교 등을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장씨의 명예훼손 혐의 선고기일을 다음 달 9일 오후 1시45분으로 잡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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