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동성결혼 합법화하나…정교회 기독교 국가 최초

그리스 의회, 15일 동성커플 결혼·입양 표결
AP "300석 중 243석 확보"…법안 통과 예상
유럽 내 보수적 국가 "그리스의 진전"
그리스 정교회 "전통 가족 가치에 반해" 반대
  • 등록 2024-02-15 오후 4:24:31

    수정 2024-02-15 오후 4:24:31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유럽 내 보수적인 국가로 손꼽히는 그리스에서 동성커플의 결혼과 입양이 합법화될 전망이다.

2011년 2월 14일 그리스 정부가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데 항의하는 시위가 열린 아테네의 주요 쇼핑 거리인 에르모우 거리에서 한 동성 커플이 액자 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FP)


AP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의회는 15일(현지시간) 정교회 기독교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동성커플 결혼·입양 합법화 법안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만약 의회에서 가결되면 그리스는 동성커플의 결혼·입양을 합법화하는 최초의 정교회 기독교 국가가 된다. 유럽 내에서도 전통적 가치관을 중시하며 보수적인 국가로 분류되는 그리스에서 이뤄지는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그리스인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신민주주의당(ND) 정부가 발의한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의회 표결이 관건인데 주요 야당을 포함해 4개 좌파 정당도 지지를 보내고 있어 그리스 의회 300석에서 243표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AP는 예상했다. 군소 극우정당의 몇몇 의원들이 기권하거나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해당 법안을 무력화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AP는 전했다.

그리스는 2015년부터 결혼에 준해 여러 법적 권리를 인정받는 관계인 ‘시민결합’ 제도를 시행했다. 2008년 시민결합법을 만들 때 동성커플을 제외한 것을 두고 2013년 유럽인권재판소가 그리스의 차별 행위를 비판한 뒤에 이뤄졌다. 이번에 법안이 통과되면 동성커플에 결혼한 부부와 같은 권리를 부여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결혼과 입양까지 법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현재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가운데 15개 국가에서 동성결혼은 합법이며, 16개 국가는 입양을 허용하고 있다.

아리스티데스 하치스 아테네대학교 법이론 교수는 그리스의 동성결혼 합법화와 관련 “그리스에 있어 중요한 진전”이라며 “그리스는 EU에서 시민결합을 인정하지 않은 마지막 국가 중 하나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지적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사진=AFP)
아키스 스케르초스 그리스 국무장관은 대부분의 그리스인들은 이미 동성결혼에 대해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동성결혼 토론회 개회식에서 “우리는 이 회의장에서 변화를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동성결혼은) 이미 일어난 일이다. 사회는 의회의 허락 없이도 변화하고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해 그리스 정교회는 반대 입장이다. 해당 법안 통과로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비판을 제기했으며, 앞으로 동성커플에 대리모 권리를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안 통과에도 그리스 현행 출산 규정은 대리모 행위를 통해 법적 부모가 되는 대상을 미혼여성과 이성커플로 제한한다.

그리스 정교회는 의회 의원 300명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법안은 친자관계와 모성을 폐지하고, 동성애자 성인의 권리를 미래의 자녀 이익보다 우선시해 동성커플이 부모가 되고, 성 역할이 혼란스러운 환경에서 아버지나 어머니 없이 자랄 수 있게 한다”고 우려를 피력했다. 그리스 인구의 80~90%는 보수 성향의 그리스 정교회 신자다.

FT는 이번 그리스의 동성결혼 합법화는 중도우파가 이끄는 정권에서 추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며, 개혁주의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최근 그리스 국영방송 ERT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입법화하려는 것은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을 없애는 결혼 평등”이라며 “다른 유럽국가에서 적용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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