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대응이 최선이라는 미분양 매입 대책

  • 등록 2023-04-18 오후 5:43:52

    수정 2023-04-18 오후 7:51:00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모두 예상했던 것처럼 올해 들어 건설경기가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대표적인 지표가 위험수위로 불리는 7만 가구를 훌쩍 넘은 미분양 주택이다. 국토교통부 집계 기준 지난 2월 미분양 주택은 7만 5438가구로 1년 전보다 199% 급증했다.

이 같은 건설경기 침체는 건설사 폐업으로도 나타났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폐업한 종합건설업체는 83곳, 작년 같은 기간 44곳보다 무려 88.63%나 늘어났다. 통상 건설업은 프로젝트파이낸싱(금융업)과 한몸인데 건설업이 망가지면 금융위기로까지 확산하는 건 수순이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줄곧 정부에 지원의 손길을 내밀어 달라며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서 취약계층에 다시 임대하는 방안도 깊이 있게 검토하라”고 말했을 만큼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계의 상황은 ‘심각’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건설사가 그동안 고분양가로 이익을 챙겼는데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미분양이 불어나자 자구노력 없이 정부에 손을 벌린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정부의 스탠스도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미분양주택 해소 필요성에 대해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상황”, “세금으로 분양하는 것은 반시장, 반양심적 얘기”, “대구도 추가되는 미분양 규모가 100가구 수준”이라며 미분양에 대한 정부 개입에 확실히 선을 그었다.

정부의 스탠스에 발을 맞춰야 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결국 매입 제외요건에 미분양 아파트를 포함해 명문화했다. 흥미로운 것은 LH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부동산 시장이 더욱 악화하면 지방 악성미분양(준공 후 미분양)부터 공공이 우선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매입 후 지역별·상품별 매입물량 배분 등 활용 계획 수립과 저소득층 임대주택 확보, 가능재원 조달 규모와 방식 등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정부의 정책이 냉철한 판단에 근거했다기보다 여론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뼈를 깎는 건설사의 자구노력도 필요하지만 ‘무대응이 최선’이라는 정부와 LH의 관점이 바뀌지 않는 한 결국 언 발의 오줌 누기가 될 뿐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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