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화정 아이파크 건설 현장 붕괴사고 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올 1월 화정 아이파크 건설 현장에선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23∼38층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현장 근로자 여섯 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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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는 ‘무단 설계 변경’을 사고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현대산업개발은 원래 설계에선 꼭대기 층(39층) 바닥을 일반 슬래브로 시공하기로 했지만 이를 임의로 데크 슬래브 방식으로 변경했다. 피트층(PIT층·꼭대기 층과 그 밑층 사이에 배관 등을 설치하기 위한 별도 층)은 가설 지지대(동바리)로 지지하기로 했던 것도 콘크리트 가벽으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슬래브(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바닥)에 적용되는 하중은 애초 설계보다 2.2배 증가했다.
이 와중에 현대산업개발은 PIT층 하부에 설치됐던 동바리를 조기에 철거했다. 고층 건물을 시공할 땐 최소 세 개 층에 동바리를 설치하도록 한 ‘건축공사 표준 시방서’에 어긋난 조치다. 이로 인해 PIT층 슬래브에 하중이 몰리면서 1차 붕괴가 일어났다. 화정 아이파크는 무량판 슬래브 구조(수평 부재인 보 없이 기둥과 슬래브로만 이뤄진 구조)로 지어졌기에 한 번 붕괴가 일어나자 피난 안전층인 23층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김규용 조사위원장은 “작업 편의를 위해 설계를 바꾼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렇게 하면 구조적 위험성이 굉장히 큰 데 동바리를 제거한 게 가장 큰 실수였다”고 했다. 건설 현장 감리를 맡은 건축사사무소 ‘광장’은 이 과정에서 설계 변경에 따른 구조 안정성을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 기준에 못 미치는 콘크리트는 사고를 더욱 키웠다. 조사위는 화정 아이파크 붕괴 층에서 콘크리트 시험체를 채취했는데 17개 층 중 15개 층에서 강도가 설계 기준 강도의 85%에도 못 미쳤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조사 결과에 “향후에도 관계지관 조사에 적극 협조해나가며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현장의 품질과 안전에 대한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국토부, 현대산업개발에 ‘등록 말소’ 등 초강력 제재 만지작
조사위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건설 현장에서 구조 안전·시공 품질 등 기준이 엄격히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리단의 공사 중지 권한 강화, 지방자치단체의 감리 관리, 감리자 전문성 강화, 자재 관리 강화 등도 조언했다. 국토부는 이달 중 이런 내용을 담은 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야기하여 공중(公衆)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국토부 장관이 건설업 등록을 말소할 수 있다. 등록 말소를 면하더라도 학동 붕괴사고와 맞물려 최장 1년 8개월간 영업정지를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치권선 건설안전특별법 논의 모락
정치권에서 이참에 건설 안전 사고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온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 제정을 당론으로 밀고 있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건안법 제정안은 안전 관리 의무 소홀로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시공사에 1년 이하 영업정지를 내리거나 해당 사업 부문 매출액의 최고 3%를 과징금으로 환수하도록 하고 있다.
최수영 한국건선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지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는데 건안법이 또 생기면 적용받는 입장에서 혼선이 있을 수 있다”며 “매출액의 3%를 과징금을 물리는 건 지나친 제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