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뜨거워지는 보톡스 법적다툼... 끝이 안보인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예비판결문 전문공개 도화선
대웅제약, 메디톡스 판결전문으로 여론몰이 나서
메디톡스,"대웅제약 균주 및 제조공정 도용 드러나"
대웅제약,"ITC,메디톡스 일방적 주장만 반영한 오판"
  • 등록 2020-08-10 오후 3:35:27

    수정 2020-08-10 오후 3:35:27

[이데일리 류성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 6일(현지시간) 메디톡스가 보톡스 균주 도용혐의로 대웅제약을 제소한 건에 대한 예비판결문 전문을 공개하자 양사가 여론몰이에 본격 나서는 모양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대웅제약(왼쪽)과 메디톡스 본사 전경. 이데일리DB
이에 앞서 ITC는 지난달 6일(현지시간) 예비판결에서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보톡스 균주 및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며 사실상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메디톡스는 10일 ITC가 공개한 274페이지에 달하는 예비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나보타를 개발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졌다”면서 “그 결과 10년간 수입금지가 내려졌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런 메디톡스(086900)의 주장에 맞서 대웅제약(069620)은 이날 “ITC의 오판을 그대로 인용한 번역본에 불과하다”며 “양사 균주 및 공정의 실질적인 차이와 유전자 분석의 한계 등 과학적 사실은 외면한 억지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대웅제약은 “이미 이같은 중대한 오류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이의신청서를 7월 20일 ITC에 제출했다”고 밝히며 이 분쟁의 최종 승리를 자신했다.

ITC가 6일 공개한 예비판결문에는 쟁점별로 메디톡스, 대웅제약 그리고 ITC 소속 변호사가 했던 주장과 ITC 행정판사의 판단이 상세히 기재됐다. 메디톡스는 “예비판결문은 양사가 제출한 방대한 분량의 자료, 관련자들의 증언과 전문가들의 양사 균주 DNA 분석결과 등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면서 “ITC가 확실한 증거도 없이 메디톡스 측의 일방적 주장만을 토대로 영업비밀 도용을 추론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은 터무니없음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예비결정문에는 쟁점별로 ITC 행정판사의 판단이 기재돼 있으나, 이는 입증되지 않은 메디톡스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편향적인 결론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메디톡스는 이어 “ITC 행정판사는 양측이 제출한 모든 증거를 검토 후, 이 증거들이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공정 모두를 도용했다는 것을 충분히 뒷받침하며 균주를 토양에서 발견했고, 제조공정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메디톡스는 “ITC 행정판사는 결정문에서 메디톡스의 균주와 대웅제약의 균주는 특징적인 DNA 지문인 6개의 독특한 SNP(단일염기다형성; 염기서열 중에서 하나의 염기의 차이를 보이는 유전적 변화 또는 변이)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행정판사는) 대웅제약이 사용하는 균주가 메디톡스의 균주로부터 얻은 것이라는 결론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 주장에 대해 대웅제약은 “증인 심문과정에서 메디톡스가 자문료를 지불하고 고용한 카임 박사조차 ‘균주 동일성의 핵심 근거로 내세운 6개의 공통 SNP 정보만으로는 대웅의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로부터 유래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인한 바 있다”면서 반격했다.

메디톡스는 이어 “ITC 행정판사는 메디톡스의 제조공정이 메디톡스가 수년간 많은 연구 노력을 기울여서 완성한 영업비밀임을 인정하면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제조공정에 관한 영업비밀을 불법적으로 유용했다고 판단했다”면서 그 근거로 3가지를 지적했다. △대웅제약의 제조공정이 메디톡스의 제조공정과 우연의 일치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하고 △대웅제약이 제조공정을 스스로 개발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가 존재하지 않고 △대웅제약이 설명하는 제조공정 연구개발의 기간이 비현실적으로 짧다는 것이다. 실제 대웅제약은 불과 3년만에 균주 분리에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웅제약은 이런 사안에 대해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7년여 간 연구개발 끝에 탄생한 대웅의 30년 바이오기술이 집대성된 결과물이다”면서 “보툴리눔 균주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균주이고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보톡스 균주인 홀A 균주를 토양에서 발견한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대웅제약이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한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전형적인 아전인수(我田引水)격 주장에 해당될 뿐이다”고 폄하했다.

메디톡스는 예비판결문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결정문에 의하면, 미국 엘러간사의 보톡스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던 대웅제약은 엘러간사와의 수입계약이 종료된 2010년 무렵 보톡스를 대체할 제품 또는 이를 생산할 수 있는 보툴리눔 균주를 시급히 확보해야 하는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2010년 3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를 퇴사한 직원 사이에 자문계약이 체결되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이런 사안에 대해서 대웅제약은 “메디톡스는 단순히 메디톡스 전 직원과 대웅제약 사이의 자문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실만을 과대포장해서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ITC의 광범위한 디스커버리 절차를 통해서 확인된 결과 메디톡스 전 직원이 균주와 공정기술을 훔쳤다거나 이를 대웅에 전달하였다고 하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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