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특수'에 백화점 웃고 전통시장 울었다

백화점 3사, 설 선물 매출 '줄신장'
롯데 26%, 신세계 35%, 현대 36%↑
이커머스 '밸런타인데이' 특수에 매출 신장
전통시장은 '풍선효과'…"객수 전년만 못해"
  • 등록 2018-02-12 오후 3:42:59

    수정 2018-02-13 오후 6:15:17

1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거리. 외국인 관광객을 제외하고는 행인을 찾기 어렵다.(사진=박성의 기자)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유통업계 명절 특수 희비가 갈렸다.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설날, 밸런타인데이까지 이어지는 ‘2월 특수’에 백화점과 대형마트,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실적은 줄줄이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념일을 겨냥해 저렴한 기획 상품으로 중무장한 신(新) 유통채널 공세에 전통 재래시장의 실적은 예년에 비해 크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 ‘2월 특수’에 웃는 백화점과 이커머스

피코크 모듬전 (사진=이마트)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업계의 설 선물세트 판매 실적이 전년보다 크게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정 청탁 금지법(김영란법) 선물 상한액이 농축수산물에 한해 10만원으로 인상, 개정되면서 관련 상품들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3일까지 설 선물세트 판매 실적을 집계한 결과 전년 설 대비 25.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품목별로는 축산물이 37.8%, 농산물 35.2%, 수산물 31.7% 각각 판매가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한 설 선물 매출을 살펴본 결과 전년 설 대비 35% 신장했다. 특히 축산(한우) 31.3%, 수산 51.3%, 농산 51.7%, 주류 22.6% 등 지난해 판매가 주춤했던 주요 상품군의 매출이 크게 신장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 역시 설 선물세트 매출이 36.5% 증가했다. 금액대별로 살펴보면 5만~10만원 선물세트의 매출 신장률이 171.3%로 가장 높았고, 30만원 이상대와 10만~30만원대 선물세트가 각각 60.1%, 10.7% 신장했다.

대형마트 역시 설 명절 수혜를 톡톡히 봤다. 반조리 상태의 제수음식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가정간편식(HMR) 매출이 크게 늘었다.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B) ‘피코크 제수용 간편식’은 2014년 설 명절 전 일주일간 매출이 1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1억 4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차례를 간편하게 지내는 사례가 늘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해 설 피코크 제수용 간편가정식 매출도 전년보다 15~20% 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몰에도 밸런타인데이와 설 관련 선물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 다른 채널에 비해 가격대가 저렴해서다. 최근 2주간(1월 29일~2월 11일) 11번가에선 △과일 159% △홍삼 228% △초콜릿 5% 씩 각각 전년보다 판매가 신장했다. 같은 기간 위메프의 제수용품 매출은 337% 늘었으며 한과 매출은 717% 급신장했다. 티몬의 초콜릿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9% 뛰었다.

◇ ‘풍선효과’에 우는 전통시장

전통시장의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각종 제수용품을 장터에 내놨지만 판매가 시원치 못하다. 백화점과 이커머스로 소비자들이 몰린 탓이다. 일종의 ‘풍선효과’(특정 수요가 늘면 다른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다. 예년에 비해 추워진 날씨와 평창 동계올림픽 영향으로 외출이 줄어든 것도 상인들에겐 악재가 됐다.

12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건어물을 판매하는 권모(64)씨는 “(평창 동계) 올림픽한다고 하니까 TV 앞에만 있는 것 같다. (밸런타인데이 같은) 젊은 사람들 챙기는 날엔 거리 건너 저곳(롯데백화점 본점)만 붐빈다”고 했다. 이어 기자 손을 가리키며 “다들 이것(스마트폰)만 열심히 들여다보지 않나. 며느리도 저걸로 음식을 사는데 우리 장사가 될 리가 있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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