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깎였는데..치솟는 전기료, 연구기관들 고심 깊다

R&D 예산 삭감에 경상비 줄어 이중고
국가적으로 필요한 대형연구시설 타격
과기정통부 적극적 역할, 재정당국 협조 필요
  • 등록 2023-11-22 오후 6:14:25

    수정 2023-11-22 오후 7:40:38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추진하면서 과학계 연구소, 대학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올해 전기요금이 예년보다 3~4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재정당국이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공기관 경상비 3%를 삭감했고, 과학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상비 중에서도 핵심항목인 전기요금으로 기관 운영에 타격을 입었다.

문제는 국가적으로도 필요한 대형연구시설들이 운영시간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원구원(KISTI)의 대용량 실험데이터 저장·분석 장비인 대용량데이터허브센터(GSDC)가 앞서 전기 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일부 서비스를 축소해 운영했다. 내년에 기초과학연구원 캠퍼스연구단 2개 유치를 목표로 하는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올해만 전기요금 납부액이 연간 60억원에서 90억원으로 납부액이 상승했다. 내년에 들어설 초강력 레이저 시설 등 첨단연구시설을 운영하기에 앞서 걱정부터 하는 실정이다. AI 특성화 대학으로 데이터센터 운영비도 부담이다. 임기철 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전기료가 늘어 예비비로도 부족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전경.(사진=광주과학기술원)


다른 연구기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연구용 원자로, 안전연구 실험 시설 등을 보유한 한국원자력연구원도 에너지 소비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당장 급한 비용은 예비비로 충당하고 있지만, 문제는 특별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전기 요금은 주택용, 일반용, 산업용, 교육용, 농사용으로 구분해 적용된다. 대부분은 주택용보다 싸지만 산업용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한다. 한전 적자 등을 고려하면 용도 변경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설상가상으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지난 20일 내년도 원자력분야 예산 1820억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한전 적자, 전력계통 불안 등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고됐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 21일 “원전산업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가 에너지 안보까지 위태롭게 하는 안타까운 결정”이라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예산심의 시즌을 맞아 전기요금이 포함된 경상비 지출액의 복원을 위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재정 당국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대체 에너지 확보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장호 한국풍력에너지학회 회장(군산대 총장)은 에너지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천연가스나 석유 가격이 국제적인 정세에 따라 지나치게 심하게 변동되고 있는데,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크고, 한전 적자가 누적되면 경제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축해야 가격 변동성이나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는 해상풍력을 활용하기 좋은 입지 조건을 갖췄고, 기술도 최근 발전을 거듭했으며, 자금이 필요하다면 외국계 자본도 유치할 수 있다”며 “부유식 해상플랜트에 SMR을 이용해 수소, 해상풍력을 연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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