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차장에 대해 보석 허가를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2018년 10월 27일 구속된 임 전 차장은 503일 만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보험증권 제출이 확인되는 대로 서울구치소에 석방 지휘할 것”이라고 밝혔고, 임 전 차장은 이날 저녁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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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 장소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아니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할 것 △보증금 3억원 납입 △법원이 지정하는 장소로 주거 제한 △피고인은 직접 또는 변호인 기타 제3자를 통한 재판 관계자 일체 접촉 금지 △출국 시 법원 사전 허가 등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법원이 추가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때로부터 약 10개월이 경과했다”며 “그 동안 피고인은 격리돼 있어 참고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었고 그 사이 일부 참고인들은 퇴직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당시와 비교하면 피고인이 참고인들에게 미칠 수 있는 사실상의 영향력은 다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참고인들은 피고인의 공범이 별도로 기소된 관련 사건에서 이미 증언은 마쳤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과 임 전 차장 측은 지난 10일 열린 보석심문에서 증거인멸 가능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임 전 차장 측은 “법리상 이유로 무죄를 주장할 뿐, 진술 증거 대부분을 인정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향후 증인들의 증언도 인정하는 취지라 증거인멸 우려는 없다”며, 특히 1년 4개월째 장기간 구속돼 있는 데다 고혈압 등 건강상태도 고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피고인이 부동의한 진술은 인멸이나 조작에 취약하다”며 “재판이 장기화 하면서 주요 증거가 오염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것을 고려해달라”고 강조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2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및 차장을 지내며 사법농단 사태에 깊숙이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을 통해 법관에 인사 불이익을 주고,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 강화를 위해 직권을 남용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및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취소 소송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임 전 차장 석방에 따라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들은 모두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7월 재판부 직권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그 밖의 피고인들은 모두 불구속기소 됐다. 이들 중 전·현직 법관 5명은 최근 1심에서 잇달아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