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라이벌 ‘이·롯·쿠’…첨단 물류경쟁 본격화

롯데쇼핑, 2천억원 투자해 부산에 물류센터 건립
오카도와 협업 2030년까지 6개 센터 세울 예정
SSG닷컴, 전국 100여개 이마트에 PP센터 이식
쿠팡, 대구 이어 광주·대전에 新센터 설립 예정
  • 등록 2023-03-22 오후 5:13:52

    수정 2023-03-22 오후 9:31:18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이마트(139480), 롯데쇼핑(023530), 쿠팡 등 유통 ‘빅3’ 업체 간 물류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데이터·인공지능(AI)에 기반한 최첨단 물류 시스템 구축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강화해 온라인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2일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위치한 부산시청 영상회의실에서 롯데쇼핑과 부산시가 CFC 건설에 대한 투자협약(MOU)을 맺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상현 롯데쇼핑 총괄대표 부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김기영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사진=롯데쇼핑)
롯데쇼핑 첫 CFC 지역으로 부산 낙점

22일 롯데쇼핑은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의 최첨단 솔루션인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적용한 첫 번째 고객풀필먼트센터(CFC) 건립 지역으로 부산을 낙점하고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오는 2025년 AI·로봇 등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자동화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부산과 창원, 김해 등 약 230만여세대 시민들에게 선진화된 자동 물류 시스템을 선보일 수 있게 된다.

롯데쇼핑은 이날 부산시청 영상회의실에서 부산시와 CFC 건설에 대한 상호협력을 골자로 한 투자협약(MOU)을 맺었다. 협약식에는 김상현 롯데쇼핑 총괄대표 부회장을 비롯해 박형준 부산시장, 김기영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등이 참석했다.

오카도 영국 자동화물류센터 내부 모습. (사진=롯데쇼핑)
롯데쇼핑이 첫 CFC 건립 지역으로 낙점한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는 부산시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 글로벌 물류허브 도약을 목표로 적극적인 기업유치활동을 통해 구축한 물류 클러스터다. 부산 지역 최초의 온라인 그로서리 전용 자동화 물류센터의 부지 면적은 약 4만㎡ 규모로, 하루 3만건 이상 배송을 처리할 수 있어 부산은 물론 창원·김해 등 주변 지역 고객에게 한층 향상된 쇼핑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CFC에는 오카도의 모든 첨단 시스템을 적용한다. 데이터와 AI에 기반한 철저한 수요예측 및 재고 관리, 효율적인 배송 및 배차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피킹과 패킹, 배송과 배차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자동화로 이뤄진다. 이에 상품 변질, 품절, 상품 누락, 오배송, 지연 배송 등 불편함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은 ‘오카도’와 협업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 총 1조원을 투자한다. 2025년 부산 CFC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6개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쓱닷컴·쿠팡도 물류사업 강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유통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유통 업계가 대규모 투자를 통한 물류센터 건립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커머스 업계는 첨단 기술력을 기반으로한 물류 혁신 통해 인건비, 택배 등에 물류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최대한 줄여 이익을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SSG닷컴 네오 물류센터. (사진=SSG닷컴)
이마트 계열사 쓱닷컴은 지난 2014년 국내 최초 온라인 전용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NE.O)’를 운영 중이다. 현재 SSG닷컴은 김포, 용인에 있는 네오 3기를 통해 시간대 지정 당일 배송인 ‘쓱배송’과 새벽 배송까지 포함해 하루에만 총 8만건의 장보기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

쓱닷컴은 작업자의 효율적인 피킹은 물론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출고 지점까지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자동화 설비에 적용되는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현장의 개선점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또 빅데이터 기반 수요 기술을 통해 5만여개에 이르는 취급 상품 가짓수(SKU)의 95% 이상을 자동으로 발주하고 있다. 이는 현장 폐기율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쓱닷컴 웹사이트나 앱 페이지에서 나타날 수 있는 ‘품절’ 표시도 줄인다. 한정적인 물류 공간의 효율을 극대화해 일 평균 8만 개 가량의 장보기 주문을 오차없이 소화할 수 있는 이유다.

SSG닷컴은 자동화 물류시설인 네오를 중심으로 축적해온 기술력을 전국 100여개 이마트 매장에 위치하는 물류 공간인 PP센터(Picking&Paking)에 이식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온라인 장보기 영역에서 전개해 온 배송 혁신을 모든 상품 영역에서 재현한다는 목표다.

SSG닷컴 관계자는 “네오는 단순한 물류시설이 아닌 ‘온라인 스토어’로써 기능하며 고객들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바꿔왔다”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물류 혁신을 통해 고객 만족을 이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에서 무인운반로봇이 상품 진열대를 나르고 있다.(사진=쿠팡)
온라인 플랫폼 기업으로 시작한 쿠팡은 물류 혁신을 통해 굴지의 유통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쿠팡은 지난 2년 여간 1조2500억원, 창사 이후 약 6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자동화 물류 시스템’ 구축에 나서며 현재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물류센터를 갖추게 됐다. 이를 연면적으로 환산하면 축구장 600개 규모에 이른다.

쿠팡은 지난 2월 무인 운반 로봇(AGV), 소팅봇(분류 로봇) 등 1000여대 로봇이 상품을 분류하고 옮기는 대구 풀필먼트센터를 공개했다. 쿠팡은 오는 2024년까지 광주, 대전 등에 추가 물류센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쿠팡은 대규모 투자에 따른 적자 터널을 뚫고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133억원(8340만달러)으로 3분기 1037억원(7742만달러)에 이어 2분기 연속 1000억원대 흑자를 냈다. 연간 기준 지난해 매출은 26조5917억원을 기록,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손실(1447억원)도 직전 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올해 연간 흑자 전환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오프라인 경계없는 유통 경쟁 시대에 소비자가 가능한 빠르게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도가 결정적인 차별화 요소가 될 것으로 봤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 등 이커머스 기업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롯데, 신세계 등도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에서의 견고한 파워를 바탕으로 자동화 물류, 멤버십 투자에 나서는 만큼 국내 유통시장 내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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