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전원주택은 '로망' 아닌 '현실'

집은 '사는 것→사는 곳'
인기 타고 전원주택 분양 봇물
개발 규제 체크 후 매입해야
피해 막을 장치 마련도 시급
  • 등록 2016-08-03 오후 3:20:00

    수정 2016-08-03 오후 5:16:27

[이데일리 조철현 건설부동산부 부장] 폭염을 피해 바다와 계곡으로 여름 휴가를 떠나는 피서객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휴가도 편히 발뻗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즐거운 법. 이럴 때일수록 산과 강, 바닷가 주변 등 휴양지에서 그림 같은 전원주택을 짓고 달콤한 휴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잠들고 아침 풀벌레 소리에 잠을 깨는 목가적 삶은 그 자체로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더욱이 오지마을까지 교통망이 깔리고 스마트 기기 보급과 사물인터넷(IoT) 환경 확산으로 실시간 어디서나 의료진의 조언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전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래서인지 요즘 전원주택이 인기다. 은퇴 후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수요자들이 많아진 때문이다.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세컨드하우스(별장)로 전원주택을 사들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본격적인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 전원주택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들어선 30~40대 젊은층도 전원주택 시장으로 몰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집을 바라보는 인식이 ‘사는 것’에서 ‘사는 곳’으로 바뀐 때문이다. 가격 부담이 작은 66~99㎡ 크기의 중소형 전원주택이 늘어나면서 문턱이 낮아진 것도 이유다. 아파트 전셋값 상승도 전원주택 수요 증가에 한몫한다. 출퇴근이 가능하면서도 전세금 수준인 2억~3억원대면 구입 가능한 실속형 전원주택이 속속 공급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요즘 신문을 펼쳐 보면 전원주택 관련 광고를 자주 접하게 된다. 전원주택 부지 또는 땅과 주택을 통째로 분양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광고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광고에 혹해 무턱대고 매입했다간 큰코 다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꿈에 그리던 전원주택으로 가는 길 곳곳에 예기치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전원주택을 지을 땅을 매입하는 일부터가 결코 쉽지 않다. 아예 집을 지을 수 없는 땅도 있고, 건축 규모에 제한을 받는 땅도 있다. 토지 개발을 제한하는 규제가 너무 많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1개 필지에 20개가 넘는 규제가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전원주택은 짓기도 어렵지만 땅을 되팔기도 쉽지 않다. 자칫 발을 잘못 디뎠다가는 비싼 수업료만 내고 빠져나와야 할 때도 있다. 땅과 주택을 함께 분양받았더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전원주택은 소규모 건설업자가 시공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중도금을 미리 받아 챙겨 사라지거나, 공사 도중에 잠적하기도 한다. 영세 업체가 대부분이다 보니 하자 보수를 받기도 쉽지 않다.

이 모든 게 위험 요소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개인의 몫으로 돌릴 수 있다. 하지만 개인 탓으로만 돌리기엔 보호장치가 너무 허술하다. 현행법상 주택부지면적 1만㎡ 이하, 30가구 이하는 지자체의 대지 조성사업 승인을 받지 않고도 집을 지을 수 있다. 전국 곳곳에 전원주택이 들어서고 있는 이유다.

지구단위계획 등을 통해 짓는 아파트와는 달리 별다른 제한 없이 신축이 가능하다 보니 진입로 확·포장, 상하수도 설치, 환경 오염 등 각종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 전원주택은 아파트 분양 때 필수인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시공사 부도 등으로 공사가 중단될 경우 보상받을 길이 없는 것이다.

전원주택 수요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애꿎은 피해를 줄이기 위한 보호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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