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금융당국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일가에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 조사과정에서 강제조사권을 발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하 자조단) 설립 이후 역대 두 번째가 되겠지만 실제 혐의 입증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7일 “강제조사권은 금융위가 가진 고유 권한”이라며 “(최은영 전 회장 일가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은) 금융위에서 직접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전날에도 ”(대주주의) 법규 위반이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있다면 철저히 추적해 반드시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금융위가 직접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신속하고 정확하게 조사를 지휘하겠다는 의지다.
금융위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판단하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강제조사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 전 회장측의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를 확인하려면 주식을 처분하기 전에 미리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는 인물과 접촉한 경위 등을 따져야 하는데 이를 밝혀내기 위해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조단 관계자는 “자료를 임의제출로 (상대방으로부터) 전달 받은 후 미비하다고 판단되면 압수수색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최 전 회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공개 정보 이용 사실을 단기간에 입증해내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7월 미공개 정보 이용으로 인한 시장질서 교란 행위 규제를 도입한 이후 관련법으로 처벌받은 사례는 아직까지 단 한 건도 없다. 특히 최 전 회장이 해운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를 고려해 스스로 매도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한다면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순 있겠지만 형사처벌 대상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당국은 통신기록 등을 조회해서 미공개 정보 이용을 추적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다만 별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자산만 1000억원대인 최 전 회장이 고작 몇 억원을 아끼겠다고 불법적인 행위를 했겠냐고 소명한다면 마땅히 처벌할 방법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