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 희생자 사실혼 배우자도 혼인신고 가능

''4·3사건법'' 개정안 9일 국회 본회의 통과
  • 등록 2024-01-09 오후 5:05:46

    수정 2024-01-09 오후 5:05:46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행정안전부는 제주4·3사건으로 인해 사실과 다르게 기록된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할 수 있는 특례를 담은 ‘4·3사건법’ 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과거 4.3사건 희생자와 유족은 사회적 여건상 희생자의 가족, 혈육임을 당당하게 밝힐 수 없어 가족관계의 왜곡이 심했을 뿐 아니라 희생자 보상금이 실제 유족에게 지급되지 못하는 문제도 있었다. 이번 4·3사건법 개정은 이런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민법상 혼인, 입양신고 등에 관한 특례를 담은 최초의 사례다.

개정안 통과로 4·3사건의 피해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희생자와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었던 사람은 위원회의 결정을 받아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친부가 친모와 혼인·출생신고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 그 자녀는 친척의 자(子)로 등재할 수밖에 없었으나 혼인신고가 가능하게 되면 친부와 친모가 법률혼 관계가 되면서 그 자녀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

또 희생자의 양자로서 입양 신고를 하지 못한 사람도 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입양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장남인 희생자의 사망 후 가계를 잇기 위해 희생자의 사실상 양자로서 입양돼 희생자의 배우자를 부양하고 제사, 분묘 관리를 했던 자도 법률상의 양자로 입양신고 할 수 있게 됐다.

4·3사건 희생자에 대해 인지청구(생부·생모가 혼외자를 친생자로 인지하고 있지 않는(못할) 경우 혼인외 출생자가 제기하는 소)의 특례 기간을 2년 연장하고, 희생자·유족의 편의를 위해 친생자관계 존부(存否) 확인의 소도 함께 제기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했다.

행정안전부는 법 시행 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실효적인 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그 절차와 세부 내용 등을 담은 시행령을 오는 7월 법 시행 전까지 개정할 계획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번 법 개정은 4·3사건 희생자와 유가족들, 제주 지역사회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하나의 전기가 될 것”이라며 “행정안전부는 앞으로도 4·3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이 과거의 상처를 딛고 화해와 협력의 미래로 가는 길에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는 기부 문화 활성화 등을 위해 기부금품 범위 확대 및 전용계좌 제출 의무화 등을 규정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인천광역시 행정 체제 개편을 위한 ‘인천광역시 제물포구·영종구·검단구 설치법’, 국내 승강기 산업 진흥을 위한 ‘승강기산업 진흥법’ 제정안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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