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부터 이어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철근 누락’ 사태에 대해 대한건축사협회(협회)가 고개 숙여 사과했다. 다만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의 ‘건축사 책임론’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협회는 건축사도 일정 부분 구조기술사 역할을 달라고 주장하는 터라 양 건축직역 간 갈등은 더 커질 전망이다.
건축사협회는 9일 입장문을 통해 “LH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불안과 걱정을 끼쳐 드린 것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협회 측은 배경에는 △저가 수주 경쟁 △전문인력 유입 부족 △안전불감증과 같은 건설현장 전반의 문제와 잘못된 관행 등 총체적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짚었다.
앞서 구조안전 진단을 책임지는 건축구조기술사회는 일련의 사태를 두고 건축사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구조기술사회는 건축법에는 ‘건축과 관련된 ‘설계 및 감리 행위는 건축사만이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구조계산은 건축사로부터 하청을 받는 구조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조도면 작성은 자신들이 지정한 하청 업체에 시키면서 건축구조기술사를 책임자로 내세우는 것이다”며 “이후 도면 제출 시 책임을 면하기 위해 ‘구조도면의 작성 및 검토는 건축구조기술사사무소의 책임하에 이뤄졌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라는 갑질을 서슴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건축사협회 측은 “설계를 건축사가 독점하고 구조를 하청이라 표현하는 것은 의사가 외과수술 과정에서 외과 의사 이외 마취과 의사, 방사선과 의사가 같이 협업하는 것을 하청이라 하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미 건축법령상 구조계산과 구조도면 작성 업무는 건축구조기술사가 작성하도록 보장돼 있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건축사협회 측은 건축구조기술사 수가 터무니없이 적어 갑과 을이 뒤바뀐 상태라고 묘사했다. 지난해 말 기준 등록건축사는 1만 8872명인데 비해 건축구조기술사는 1204명으로 건축사의 6.4%에 불과하다.
협회는 현행법상 필로티 구조 건축물과 특수구조 건축물은 건축구조기술사가 의무적으로 공사현장을 확인해야 하지만, 구조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에서 실제 공사 일정 지연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축구조기술사 수를 대폭 확충하고 부족한 구조인력의 대체를 위한 ‘인정 건축구조건축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1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덕계동 양주회천A15블록 지하 주차장에서 건설 관계자가 기둥 철판보강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