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림 김유성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는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15일 이례적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선 국면에서 배우자는 후보 못지않게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지지를 호소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배우자 리스크’가 노정되며 전면에 나서기가 어려워졌다. 특히 이번 대선은 사상 초유의 ‘비호감 대선’으로 불리는 만큼, 배우자의 등판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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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후보 배우자 측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등판 시점을 조심스럽게 저울질하고 있다. 앞서 김혜경 씨는 과잉 의전 및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김건희 씨는 허위 경력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각각 휘말렸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의혹을 말끔하게 털어내지는 못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먼저 김혜경 씨는 이날 민주당 텃밭인 광주 일정을 검토했으나 언론 보도로 동선이 드러나면서 취소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어제 선대위에서 김 씨의 광주 일정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아닌 것으로 정리했다”며 “오늘과 내일은 배우자 일정이 없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설 명절인 지난 1일 이 후보와 경북 안동에 함께 간 것이 마지막 공개 일정이다. 조만간 이 후보가 직접 챙기지 못한 분야에서 조용하게 비공개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건희 씨 역시 윤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한 공개 행보를 검토하고 있다. 문화·예술·종교 분야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미술관이나 극장 등 문화 공간을 방문하거나 종교 지도자를 방문해 만나는 식이다.
김 씨는 지난 14일 극동방송국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와 비공개로 만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들 만남은 윤 후보의 제안으로 이뤄졌으며, 김 씨는 김 목사로부터 여러 조언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목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헌법 개정을 옹호하는 등 보수 기독교계의 원로로 통한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김 씨의 등판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지난달 말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 프로필 페이지를 개설하고, 지지자들의 페이스북을 통해 근황 사진을 공개했다. 다만 김 씨가 여전히 윤 후보의 주요 리스크 중 하나라는 인식 탓에 ‘공개 활동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김 씨의 활동 계획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미경 서울대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으로 병원에 입원해 유세에 함께하지 못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 이승배 씨는 이날 전북 전주 롯데백화점 사거리에서 진행되는 출정식에,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의 배우자 정우영 씨는 서울 성동구 청계천 옛 판자촌터 거리유세에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