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발표도 안했는데…하나 둘 문 닫는 대출창구

KB·우리·하나·농협 등 감축모드
신한, 모집인 대출 제한 등 사전조치
  • 등록 2021-10-13 오후 3:44:57

    수정 2021-10-13 오후 10:29:23

[이데일리 이승현 김유성 기자] 가계부채 추가대책 발표 전이지만 주요 시중은행은 이미 사실상 대출 문을 걸어잠그고 나섰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부채 감축 기조에 은행들이 충실히 보조를 맞추면서 연말까지 대출 한파는 불가피해졌다.

지난 8월 NH농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단한 이후 은행권에선 연쇄적으로 대출 중단 또는 감축 움직임이 일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로 제한해 취급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15일부터 같은 조치를 시행키로 했다. 하나은행은 또 연말까지 대출모집법인 6곳을 통한 대출 영업을 중단한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전반적 관리를 더욱 촘촘히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부터 각 영업점마다 월별 한도를 정해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그동안은 가계대출 상품별로 분기별 한도를 정했는데 대출관리 강화 차원에서 월별 영업점별로 기준을 바꾼 것이다. 영업점별 최저 한도는 5억원이며 많게는 수십억원을 배정했다.

국민은행도 이달부터 연말까지 가계대출 신규취급 한도를 영업점별로 관리한다. 다만 집단대출(중도금 및 입주자 대출)과 보금자리론, 기금대출 등은 제외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한정된 대출 자원을 서민과 실수요자에게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이 일제히 감축모드로 나선 건 올해 대출총량 규제 목표치인 연 6%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에 비해 4.9% 늘었다. 은행별로는 농협은행 대출 증가율이 7.3%로 가장 높다. 이어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5.2%와 4.9%로 집계된다. 우리은행 증가율은 4.0%다. 지금 브레이크를 걸어놓지 않으면 조만간 대출중단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9월 기준 증가율이 3.0%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다만 다른 은행에서 막힌 대출 수요가 일제히 몰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리 준비를 하는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이달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한도를 5000억원으로 제한했다. 기존에는 모집인 대출에 한도가 없었다. 모바일 등 비대면 대출이나 영업점 대출을 감축하기 전 사전적 조치로 해석된다.

또 이날부터 비대면 신용대출에도 0.7~0.8%의 중도상환수수료를 새로 부과한다. 중도상환수수료 비용을 부과해 ‘빚투(빚내서 주식투자)’ 용도의 과도한 신용대출 수요를 줄여보겠다는 취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공모주 청약 등으로 신규 신용대출의 만기 전 해지가 많아서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카카오뱅크는 연말까지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과 직장인 사잇돌대출, 일반 전월세보증금대출 신규판매를 중단한다. 직접적 규제대상이 아닌 청년 전월세대출도 일일 신규신청 건수를 제한할 방침이다. 케이뱅크도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다. 지난 5일 출범한 토스뱅크는 올해 대출총량인 5000억원을 대부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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