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시장에서 20년째 미용실을 운영하는 60대 김모씨는 곧 추석인데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건 처음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시장에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어 걱정이라는 김씨는 “국민지원금 나눠줘도 매출이 하나도 안 올랐다”며 “손님이 많아져야 하는데 어떻게 버텨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텅 빈 미용실 안을 멍하니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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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를 본 국민들을 지원하고 지역 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신청이 지난 6일부터 시작됐다. 정부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기 위해 국민지원금 사용처를 엄격하게 제한한 가운데, 실상 이들은 국민지원금 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명절 특수는 커녕 감염병 대유행으로 손님 자체가 없기 때문에 매출이 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추석이면 뭐해”…자영업자들 ‘분통’에 무색해진 국민지원금
그러나 대형마트에서 살 수 없는 삼성 ‘갤럭시워치4’가 GS25와 이마트24에서 품절되는 등 본래 취지와는 맞지 않는 상황이 잇따르자 영세상인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다가오는 추석을 대비하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어야 할 전통시장은 손님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질 뿐 한산했다. 서초구 양재시장과 용산구 용문전통시장 인근 식당 대부분 빈 테이블이 가득해 거리 곳곳에 붙어 있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무색했다.
양재동에서 25년째 족발집을 운영하는 우모(69·남)씨는 “25만원으로 무슨 효과를 바라겠냐”면서 “추석이라 다들 돈 쓸 일이 많아서 그런지 손님이 없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매출이 반 이상 떨어졌다는 우씨는 “국민지원금을 나눠준다고 하지만 우리한테 도움이 전혀 안 되고 있다”고 허탈해했다.
효창동에서 한식당을 운영 중인 A(68·여)씨는 손님이 한 명도 없는 식당 한구석에서 쪽잠을 청하고 있었다. A씨는 “하루에 10만원도 못 벌 때가 많다”며 “말도 못하게 힘든 건 당연하고 지금 굶어 죽을 지경”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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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지원금 사용처를 한정했는데도 현장에서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복잡한 기준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광범위한 국민에게 지원하면서 사용처를 제한하는 것으로는 영세 상공인들을 돕는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현금으로 직접 지원하는 게 가장 효과가 좋을 것”이라며 “소득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은 지원금이 나왔다고 추가로 소비를 하지 않아서 사업 타당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영업제한 등 직접 피해를 본 이들에게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민지원금으로 사람들이 ‘갤럭시워치’를 사려고 하는 현상을 보면 정책 설계가 세부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고스란히 드러난다”며 “재난 상황에서 재난을 맞이한 자영업자들에게 집중적으로 돈이 쓰이도록 지원금 사용 품목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용처가 제한돼도 당연히 소비자들은 편리성을 따져 취향에 따라 지원금을 쓸 수밖에 없다”며 “자영업자들은 지원금보다 방역수칙 완화, 즉 ‘위드 코로나’ 전환을 더 바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