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규제 원칙` 견지한 정부…플랫폼 독점방지·근로자보호에 방점

[플랫폼, 혁신과 공정 사이]플랫폼 맹공격 나선 與
공정위원장 "혁신 보장 위해 최소 규제 필요"
플랫폼 노동자 권리 보장 위한 법 제정 속도
"노동자 어디까지 봐야하나"…노사 우려
  • 등록 2021-09-09 오후 5:52:33

    수정 2021-09-09 오후 9:16:41

[이데일리 임애신 최정훈 기자] 온라인 플랫폼은 이종 산업을 자유자재로 흡수하며 영역을 넓혔다. 이 같은 무한한 확장성은 플랫폼 기업에 독(毒)이 됐다. 디지털 분야에서의 독점 폐해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근로자와 소비자의 안전과 보호도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이에 정부도 관련 전담팀이나 자문기구를 두고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파생되는 문제를 완화하는 정책적 채비에 나섰다. 다만 아직까지는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최소 규제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탐욕과 구태`와 같은 공격적 레토릭으로 플랫폼 기업을 겨냥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는 결을 달리하는 모습이다.

공정위 ICT전담팀 확대…“온플법 통과 기대”

디지털 시장에서의 공정경제 실현을 위해 관련 법 제정에 나선 공정위지만, 최소 규제를 원칙으로 세우고 있다. 규제로 인해 플랫폼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보장하겠다는 강한 의지인 셈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디지털경제의 도래와 공정거래 정책과제’를 주제로 열린 초청 강연에서 “혁신동력을 유지하면서 부작용은 차단해 디지털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최소규제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는 거대 플랫폼의 반독점을 막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미국 검색엔진 시장 1위 사업자인 구글의 점유율은 88%에 달하고,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의 시가총액이 전체 시총의 15%를 차지해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 네이버·카카오가 차지하는 시총 비중은 5% 수준에 불과하고, 검색엔진 시장 1위인 네이버의 점유율도 52%로 절반을 조금 넘는다. 공정위가 최소 규제라는 원칙을 견지하는 까닭이다. 플랫폼 기업이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주되, 울타리를 세워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공정위는 2019년 조 위원장이 취임한 후 플랫폼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같은 해 공정위에 정보통신기술(ICT) 전담팀을 설치해 플랫폼 내에서의 갑을 관계, 소비자 피해, 독과점 이슈 등을 살피기 시작했다. 거대 플랫폼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디지털 경제에서의 ‘갑을’ 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네이버와 애플 등에 대한 제재를 도출하며 가시적인 성과가 나왔다. 지난해 9월에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도 입법 예고했다. 이 법안은 거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입점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하면 위반 금액의 2배까지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물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규제 권한을 두고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신경전을 벌이며 1년 가까이 계류돼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여당이 플랫폼 기업에 강한 발언을 연일 이어가고 있어 관련 법안 처리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올해 안으로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단독행위 심사지침 제정을 추진하고, 거래금액에 기반한 기업결합 신고 기준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 ICT 전담팀을 확충해 플랫폼 경쟁 제한을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한편, 거래 현황과 경쟁 실태도 조사할 방침이다.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최소한의 보호장치 마련해야

플랫폼종사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안의 제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종사자 보호법의 취지는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종사자를 위한 최소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충격이 고용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발생하면서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와 같은 특고 종사자,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종사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추석 연휴를 약 2주 앞둔 지난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남권물류단지에서 관계자들이 택배 물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국회에는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플랫폼종사자 보호법이 계류 중이다. 법안은 플랫폼 기업이 종사자에게 노무계약서를 반드시 제공하고 계약 해지 시기 등도 미리 알리도록 해 종사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기존 근로기준법과 관련해 플랫폼종사자가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경우 근로기준법을 우선 적용토록 했고,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산하에 자문기구를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노사 모두로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법안이 다양한 업종과 계약 방식에 따라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한 테두리에 묶는 것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것이다.

특히 노동계는 해당 입법이 배달기사 등 사실상 노동자로 볼 수 있는 이들까지 ‘노동자가 아닌 자’로 잘못 분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14일 열린 플랫폼 종사자법 관련 국회 공청회에 출석한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 본부장은 “원칙적으로 현행 노동관계법 적용에서 배제되는 자를 대상으로 법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이들을 제3의 법 영역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고용부 산하의 자문기구를 심의기구로 전환하고 노동법 적용 대상을 판단할 기준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플랫폼 종사자법으로 사업주의 의무가 과중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단순히 업무를 중개하는 형태의 기업에게도 노무계약서 제공이나 노무관리 등의 부담을 지우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이준희 한국경영자총협회 팀장은 “플랫폼은 비대면과 신속성이 핵심이라 노무제공 계약서 서면 작성과 변경·해지 시 사전 서면 고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며 “플랫폼에서 종사자가 비대면으로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보수를 받는 경우 종사자와 사업주가 서로 마주치지도 않고 만나지도 않는데 사업자에게 차별적인 처우나 괴롭힘 금지의 의무, 건강 보호 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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