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아웃 도입·뽑기횟수 표기'..中정부, 판호심사 기준 높였다

3회 신청해도 떨어질 경우 추가 신청 불가
심사결과 80일 이내 발표..유혈묘사 금지 등
"악재냐 호재냐"..韓게임사들 반응 엇갈려
  • 등록 2019-04-23 오후 3:42:57

    수정 2019-04-23 오후 4:28:47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중국 정부가 자국 게임과 해외 게임의 판호(서비스 허가) 접수를 재개하면서 새로운 심사 규정을 공개했다. 승인 게임의 총량을 제한하고 유혈을 제거하는 등 이전보다 까다로워진 규정이 눈에 띈다.

23일 중국경제망 등 중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지난 22일부터 내·외자 판호 접수를 재개했다.

이번에 알려진 새로운 판호 규정은 판호 승인 게임의 총량을 제한하고, 3회 신청까지 떨어지면 추가 신청이 불가능한 이른바 ‘삼진아웃’ 제도를 주요 골자로 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니코파트너스에 따르면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그동안 7000~8000개 수준으로 발급했던 온라인 게임의 판호 총량을 올해 5000개 미만까지 줄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새로운 규정에는 기존에 판호 신청 이후 심사 결과까지 소요 기간이 불명확했던 것과 달리 80일(근무일 기준) 이내에 발표하겠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이와 함께 아이템 뽑기의 확률을 백분율(%)이 아닌 횟수로 표기하고 △서로 싸우는 종류의 게임에서 유혈 묘사 금지 △판호 심사를 신청한 중국 서비스업체는 청소년 중독 방지 시스템 적용 △결혼 시스템 미성년자 이용 불가 △종교·미신·운명을 시스템이나 내용에 적용 금지 △포커와 마작 게임은 일체 심사 미시행 등 청소년 보호를 위한 규정이 대거 포함됐다.

특히 유혈 묘사의 경우 전투나 격투, 총격 등의 게임에서 어떤 색깔의 액체도 표현하지 못하게 했다. 붉은 피를 녹색으로 바꾸는 식으로 유혈 장면을 순화해 묘사하는 것조차 아예 금지한 것이다. 또 시체는 최대한 화면에서 빨리 사라져야 한다.

아이템 뽑기의 확률을 횟수로 표기하게 한 점도 게임업체들이 눈여겨보는 대목이다. 현재는 장담할 수 없는 확률로 유료 재화 결제를 유도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정가 구매의 형태로 아이템 설계를 새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게임명부터 내용까지 영어 사용이 불가능하며 표준 간체로만 표기해야 한다든지 중국의 역사 및 지명에 대해 사실(史實)만 표현할 수 있는 등 자국 문화 보호 정책 기조도 강화했다.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는 이같은 정부 방침이 알려진 뒤 새 온라인 게임의 이용자 연령대를 만 13세에서 16세로 상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소년 보호에 중점을 둔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응답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게임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중국 내 사업이 활발한 국내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그동안 예상이나 짐작했던 콘텐츠에 대한 제재가 있었는데, 이번 발표는 생각보다 범위가 넓어 의외”라며 “글로벌 게임 출시 시 중국에서만 매우 다른 콘텐츠를 적용해야 하는 부분이라 개발사 입장에서는 공수가 더 가고 규제에 따라 검토해야 하는 게 많아져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명확해진 발급 기준 덕분에 대형 게임사나 서비스 업체는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콘텐츠 수정에 대한 부분도 인력과 자금이 앞서는 기업의 대응이 더욱 빠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내 대형 서비스업체와 계약한 한 회사 관계자는 “중국이 판호 종량제를 도입하면서 현지 게임업계에선 IP(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공장에서 마구잡이로 찍어내듯 나왔던 수준 미달의 게임은 이제 판호가 아닌 내부 검토 단계에서부터 밀려나고 있다. 검증된 유명 해외 IP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현재 판호 발급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 게임으로는 엔씨소프트(036570)의 ‘리니지 레드나이츠’와 넷마블(251270) ‘리니지2 레볼루션’, 펄어비스(263750) ‘검은사막’, 크래프톤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등이 있다.

엔씨소프트의 중국 제휴사 알파게임즈가 선보인 ‘리니지 레드나이츠’ 중국 이미지. 2017년 판호를 신청했으나 아직까지 발급가능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엔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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