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업황 둔화에 빚만 늘린 신성이엔지…절반은 단기차입

신성이엔지, 3Q 차입금 2287억…전년比 18%↑
절반 이상이 만기 1년도 안남은 단기차입금
실적 악화→차입 확대 →이자 증가→수익성 둔화
“영업환경 비우호적…단기 내 건전성 회복 제한적”
  • 등록 2024-11-12 오후 6:46:05

    수정 2024-11-12 오후 6:46:05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신성이엔지(011930)가 전방산업인 반도체와 배터리 업황 둔화로 손실 폭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차입금 부담도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금 규모 자체가 크게 증가한 것은 물론 만기가 1년도 남지 않은 단기차입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양과 질 모두 좋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막대한 차입금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도 상당해 향후 실적 개선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성이엔지 과천사옥 전경.(사진=신성이엔지)
12일 신성이엔지의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차입금(장기+단기) 규모는 2287억원으로 전년 말 1941억원 대비 17.8% 증가했다. 총 자산 대비 차입금 비중을 나타내는 차입금 의존도도 39.6%로 같은 기간 33% 대비 6.5%포인트(p) 상승했다. 통상 신용평가 업계에서는 차입금 비중 30%를 적정 기준으로 삼는다.

전체 차입금에서 현금을 제외한 순차입금도 2083억원으로 같은 기간 1625억원 대비 28.2% 늘었다. 이에 따른 순차입금비율은 67%에서 88.2%로 21.2%p 상승했다. 순차입금비율은 20% 미만을 안정적으로 판단한다.

신성이엔지의 차입금은 질적 측면에서도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열위한 신용등급 탓에 단기 위주로 차입금을 끌어다 쓴 결과 단기차입금 비중이 50%를 넘어서는 등 유동성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신성이엔지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1281억원으로 전년 말 1056억원 대비 21.3% 증가했다. 전체 차입금에서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6%로 같은 기간 54.4% 대비 1.6%p 상승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적정 단기차입금 비중을 50%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신성이엔지의 유동성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신성이엔지의 차입금 부담이 확대된 것은 주력 사업의 실적 부진 속에서 태양광 모듈 등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한 신사업 진출에 집중한 영향이 크다.

원활하지 않은 현금창출력 탓에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한 것이 차입금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는 신성이엔지가 차입금 증가에 따른 이자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뜻으로 ‘실적 악화→차입금 확대 →이자비용 증가→수익성 둔화’라는 악순환에 빠진 셈이다.

실제 신성이엔지의 올해 3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마이너스(-) 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EBITDA는 이자와 세금, 감각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이전 이익으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뜻한다.

문제는 신성이엔지의 유동성이 단기차입금 만기를 대응하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점이다. 실제 신성이엔지는 금리가 높아지거나 지급 능력에 문제가 생겨 만기를 연장하지 못할 경우 자체 여력만으로는 차입금 상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성이엔지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204억원에 불과하다. 유동비율도 102.6%로 적정 기준인 150%에 못 미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성이엔지의 차입금 부담이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재무건전성 악화로 신용등급 개선이 쉽지 않은데다 자체 현금창출력 반등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신성이엔지는 현금창출력과 관련한 일부 지표가 현재 신용등급 보다 낮아 하향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기업평가(034950)(한기평)는 신성이엔지의 무보증 사채 신용등급을 ‘BB-(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의 제조업 신용평가방법론에 따르면 신성이엔지의 EBITDA 마진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B’에 해당한다. 순차입금을 EBITDA로 나눈 순차입금 EBITDA배율도 5.2로 ‘B’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송종휴 한기평 실장은 “영업환경이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자체 현금창출력 만으로는 차입금 부담을 제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단기간 내에 실적 개선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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