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21일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 매각기일을 직권으로 변경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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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금융당국이 인천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를 유예하고 나섰지만, 개인이나 법인 등 비금융회사가 넘긴 경매물건엔 유예 요청을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전세사기 근본 대책 마련을 위해 임시로 경매유예 카드를 꺼냈지만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24일 금융감독원은 이날 경매기일이 잡힌 인천 미추홀구 주택 38건의 기일이 모두 연기됐다고 밝혔다. 당초 1건은 채권자가 금융회사가 아닌 개인채무 관계에 의한 경매라 연기하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채권자가 예금보험공사 자회사인 케이알앤씨라는 점이 파악되면서 예보를 통해 가까스로 기일을 미뤘다.
케이알앤씨는 영업정지된 금융사들이 운영해온 파산재단의 잔류자산을 인수해 회수하는 예보의 100% 자회사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일당이 돈을 빌린 금융회사가 파산하면서 관련 채권이 케이알앤씨로까지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적극적인 협조 요청으로 이날 경매가 예정된 피해 물건이 모두 유예됐으나, 채권자가 금융회사가 아닌 경우엔 정부 대책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사인 간 거래에 대해선 금감원이 경매기일 연기 요청조차 하지 못하면서다. 개인이나 법인이 채권자인 경우 이들의 담보권 실행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법적 감독 권한이 있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만 경매 유예를 요청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금감원은 주요 시중은행 및 각 업권 협회와 관련 대책 논의를 진행해 금융회사가 ‘자율’로 경매를 유예하기로 했다. 감독 권한이 없는 새마을금고에 대해선 행정안전부 협조를 구해 유예하고 있다.
개인이나 법인이 넘긴 경매물건이 낙찰되면 피해자는 거주 중인 주택에서 나와야 한다.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내놓은 경매유예 지원조차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금감원 옴부즈만)는 “사인 간 거래에 금융당국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보면 된다”며 “정부 지원책의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정이 특별법 제정 등 지원책 마련에 나섰지만 그 사이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관련 방안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