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엔화 약세에도 완화적 통화정책 지지”

기시다 후미오 日총리, FT 인터뷰
BOJ 총재 언급…“긴밀히 협력 지속”
“성장 위해 투자 필요”…임금 인상 강조
  • 등록 2022-10-11 오후 4:08:32

    수정 2022-10-11 오후 9:30:54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엔화 약세에도 일본은행(BOJ)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사진=AFP)
기시다 총리는 11일(현지시간)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구로다 하루히코 일은 총재와 지속적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겠다면서 이처럼 밝혔다. 그는 하루히코 총재의 조기 퇴진설, 일은 정책 방향성에 대한 정치적 압박 가능성 등에 선을 그었다. 하루히코 총재는 내년 4월 지난 10년 동안의 임기를 마무리할 예정으로, 기시다 총리는 “현재로서는 임기를 단축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여타 선진국들과 달리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도록 상한 없이 필요한 금액의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등 나홀로 기존의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3차례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으며, 그 외 주요국들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고강도 금리 인상에 나선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금리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24년 만에 최저치 수준으로 미끄러졌다. 이날 장중 엔화는 1달러당 145엔을 넘어 정부의 시장개입 진전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22일 일본 정부와 일은은 3조엔(약 29조5000억원) 규모의 엔화 매수하는 시장 개입을 24년 만에 단행했다.

또한 기시다 총리는 임금이 인상될 때까지 일은이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비용 상승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기업들은 임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이 임금·물가 스파이럴(spiral, 소용돌이), 즉 인플레이션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임금 상승이 이뤄지고 그로 인해 다시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져 임금을 올리는 식으로 악순환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발언이다. FT는 “폭주하는 인플레이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다른 선진국들과 일본의 ‘경제적 도전’이 얼마나 대조적인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는 기업들이 비용 증가를 소비자에게 떠넘기더라도 기업의 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임금 인상을 비용으로 봤지만, 앞으로는 경제 성장과 기업 자체적인 성장을 위해 사람에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1997년 정점을 찍은 뒤 지난 수십 년간 하락했던 일본의 임금 수준이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인한 가격 인상 후폭풍으로 인상 압박을 받는 것으로, FT는 “일본이 역사적인 전환점에 서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8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신선식품 제외)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8%로, 미국과 유럽의 CPI 상승률이 8~10%대를 기록하는 것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FT는 일본에선 물가 상승으로 인한 임금 상승이 거의 없었고, 에너지 가격 상승도 액화천연가스(LNG) 대량 장기계약으로 일부를 상쇄시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어느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적절한지 가늠하기 어려우나 물가 상승에 상응하는 임금 인상 없이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유지하거나 국민을 보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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