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경영활동 힘 실어준 김부겸 총리 "활동금지 부적절"

시민단체 반발에 "편협한 접근 안돼"
"반도체 전쟁, 코로나19 등에 빠른 대응 필요"
  • 등록 2021-08-31 오후 5:06:38

    수정 2021-08-31 오후 5:34:07

김부겸 국무총리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활동에 힘을 실어줬다. 이 부회장의 경영 참여를 놓고 시민단체 등에서 반대 목소리가 크지만, 박범계 법무부장관에 이어 김 총리도 재차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김 총리는 31일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경영활동 복귀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적 절차를 따라야 하지만, 이미 석방된 상황에서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방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너무 일찍 법적 책임을 면했다’는 비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부회장의 상황에 대해 ‘편협한’(narrow-minded) 접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이 재벌의 역할에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 부회장의 사업 기회를 빼앗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여론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 참여를 놓고 시민단체 등에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이라고 고발까지 하고 있지만, 무보수 미등기 비상근 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취업제한이라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가 쉽지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총리는 재벌에 대한 관리·통제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한국의 법치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는 반도체 글로벌 경쟁 격화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도전 등에 대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재벌개혁이 멈춘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재벌이 2∼4세대로 넘어가면서 배타적인 특권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더 나은 투명성·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재벌 개혁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이 부회장은 몇 년째 무보수이고 비상임, 미등기 임원”이라며 “취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취업제한 논란이 일자 반도체 투자와 백신 확보 지원 등 산적한 경영 현안과 임무를 처리하되, 당분간 공식 석상에 몸을 드러내지 않고 최대한 몸을 낮춘 조용한 경영 행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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