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원한남' 분양보증 지연…속타는 대신F&I, 이자부담 어쩌나

고분양가 논란 의식, HUG "대신이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사업 미뤄지자 속타는 대신‥"늘어나는 금융비용 부담"
  • 등록 2018-01-18 오후 4:03:18

    수정 2018-01-18 오후 4:08:24

‘나인원 한남’ 시행사인 대신에프앤아이가 분양승인을 받지 못해 아파트 분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나인원 한남이 들어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인아파트 일대. 출처:네이버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3.3㎡(1평)당 가장 비싼 아파트’.

이 타이틀을 두고 대신금융그룹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기싸움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외인아파트 부지에 들어서는 초고가 아파트 ‘나인원 한남’ 얘기다. 최고가 프리미엄 아파트라는 상징성을 원하는 대신금융그룹과 고분양가 논란이 걱정스러운 HUG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HUG는 나인원 한남의 시행사인 대신에프엔아이(F&I)가 작년 12월 제출한 분양보증 신청 심사를 두 달 가까이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인 분양보증은 신청 접수 후 일주일 이내 처리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례적으로 심사가 길어지고 있다.

HUG의 심사가 지연되는 배경에는 나인원 한남의 분양가가 있다. 대신F&I는 나인원 한남 분양가를 역대 최고 수준인 3.3㎡당 평균 5600만~6900만원대로 책정했다. 이웃 단지 한남더힐(3.3㎡당 4800만~7800만원) 등의 시세를 참고해 책정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관심을 모았던 슈퍼펜트하우스(3가구)와 펜트하우스(26가구)의 분양가는 참고할 시세가 없어 대신측이 HUG와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얼마 전까지 이 펜트하우스의 분양가가 3.3㎡당 1억원에 근접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이러다 보니 분양 보증 심사를 맡은 HUG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너무 높은 가격에 분양이 이뤄지면 자칫 강남권을 포함한 다른 단지까지 자극할 수 있어서다. 특히 정부가 강남발 아파트 가격 급등을 잡으려는 시기에 고분양가를 용인했다가는 집중포화를 맞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시간을 끌 수도 없다. 현재 선분양 방식의 공동주택사업은 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HUG 입장에선 뚜렷한 명분 없이 승인을 거부하면 민간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가로막는 상황이 되기 십상이다. 가격협의 과정에서 최대한 승인을 미루며 사업자가 알아서 가격을 낮추게끔 유도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셈이다.

HUG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분양가를 놓고 이견이 있다. 모든 평형의 가격조정이 필요하다”면서 “대신 측에 이런 입장을 전달했으나 아직 답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대신이) 전향적으로 판단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큰돈을 투자한 대신은 속이 타들어가는 입장이다. 나인원 한남은 부지를 마련하는데 6200억원을 투입한 대형프로젝트다. 대부분은 빌린 돈이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금융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이 강도를 더하고 있어 시간을 끌수록 흥행에도 불리하다. 그렇다고 분양가를 양보하기도 어렵다. 투자 비용이 큰 만큼 분양가를 낮췄다가는 사업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신 관계자는 “한두 달 내 분양승인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급할 이자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프로젝트를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HUG와 지속적인 협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분양보증이 필요하지 않은 후분양 등으로 우회하기에는 건설비용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HUG가 부동산시장 가격 안정을 우선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격 통제 수단으로 분양보증심사를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며 “양측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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